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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은 추억을 싣고…오세혁 "첫사랑, 가장 눈부셨던 짧은 순간"

김효근 가곡 13곡 바탕 창작 뮤지컬…2~4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공연

입력 2022-09-02 05:44 수정 2022-09-09 11:40

▲ 뮤지컬 '첫사랑'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오세혁.ⓒ강민석 기자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여. 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 말 못해 애타는 시간이여. 나 홀로 저민다. 그 눈길 마주친 순간이여. 내 마음 알릴세라 눈빛 돌리네. 그대와 함께 한 시간이여. 나 홀로 벅차다."(가곡 '첫사랑' 중)

우리의 정서와 삶이 녹아있는 한국 가곡은 아름다운 가사와 부드러운 선율이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남긴다. 서울 마포문화재단이 2~4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김효근의 가곡을 엮어 만든 뮤지컬 '첫사랑'을 초연한다.

'첫사랑'은 작곡가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62)가 2012년 발매한 연가곡집 '사랑해'에 수록된 13곡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공연명은 김 교수의 가곡 제목 그대로 차용했으며, 가장 순수하고 설레던 인생의 한순간을 담아낸다.

"1년 전 재단에서 김효근 선생님의 가곡을 뮤지컬로 제작하고 싶다며 작·연출 제안을 받았어요. '첫사랑'은 워낙 유명한 노래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사실 가곡을 중심으로 하는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오세혁(41) 극작가 겸 연출가가 뮤지컬 '첫사랑'을 통해 관객들을 저마다 과거 찬란했던 시절로의 추억 여행을 이끈다. 작품은 50대 유명 사진작가 태경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 20대 시절의 자신과 첫사랑 선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 뮤지컬 '첫사랑' 콘셉트 이미지.ⓒ마포문화재단

대본과 연출을 맡은 오세혁은 "동네(마포구)에 오래된 사진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자녀들이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벽에는 손님들이 찾아가지 않은 오래된 사진들이 많이 걸려있었죠. 안 찾아간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장님의 수십년 동안 거쳐간 기억의 기록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사랑, 사진, 기억' 세 가지 키워드로 접근했어요"라고 밝혔다.

극을 이어주는 매개물은 김효근의 가곡이다. 세월호 추모곡 '내 영혼 바람되어', 지금의 아내에게 청혼하기 위해 만든 헌정곡 '첫사랑', 제1회 MBC 대학가곡제 대상 수상작 '눈',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를 직접 번역해 작곡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곡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원래 이야기에 맞춰 노래를 정하는데, 이번에는 곡들을 먼저 정해놓고 이야기를 썼죠. 최대한 원곡의 매력을 살리려고 했어요. 아트팝 가곡의 특성상 가곡의 서정성과 가요의 대중성을 갖췄기 때문에 모든 곡이 아름답고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음악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연극 '보도지침' '초선의원'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이진욱 음악감독이 작업했다. 두 사람은 7년간 함께 올린 초연 공연이 11편에 달할 정도로 끈끈한 대학로 브로맨스를 자랑한다.

오 연출은 "저는 생각의 표현 수단으로 연극·뮤지컬을 만드는데 이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죠. 서로 많은 영감을 주고 받아요. 어떤 생각을 펼치기 위해 공연계를 선택한 사람이라 같이 작업하면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관전 포인트로 "한 곡의 노래가 흐를 때 무대에서 어떤 장면이 동시에 펼쳐지는지 주의 깊게 봐달라. 하나의 순간이 아닌 여러 감정과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기쁨, 슬픔, 절망, 희망 등 최대한 여러 감정을 담아갈 수 있게 연출했어요"라고 설명했다.

▲ 뮤지컬 '첫사랑'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오세혁.ⓒ강민석 기자

첫사랑은 순수해서 오래 기억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첫사랑은 자신의 삶의 자기장을 벗어나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기에 더욱 애틋하다. 미련이나 맺지 못한 결실 때문이 아니라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오 연출은 첫사랑을 "가장 눈부셨던 짧은 순간"이라고 정의한다.

"제 첫사랑이요? 솔직하게 이름과 얼굴은 기억나지 않아요. 중학교 2학년 때 짝사랑했던 친구에게 차이고 독서실에 와서 오열했던 것만… 당시 친구가 노래를 들려줬는데,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100번을 듣다가 밤새고 집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시·공간이 스쳐지나가요."

최근 공연계에서 오세혁의 존재감은 돋보인다. 뮤지컬 '데미안' '헛스윙밴드' '세자전' '안나, 차이코프스키' 연극 '보도지침' '괴벨스 극장' '초선의원' 등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타고난 이야기꾼의 재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종혁 프로듀서와 함께 공연제작사 네버엔딩플레이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 희한한 사람이 있으면 메모하고, 서점과 도서관을 자주 가는데 책 제목을 봐요. 제목에서 이야기의 영감을 종종 얻거든요. 연출과 극작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쓰는 게 더 뿌듯해요. 글은 사라지지 않고 남잖아요. 대신 글쓰기를 오래 하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생기가 떨어지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을 향해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님이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았던 청춘이 그리워서 첫사랑을 생각하게 된대요. 그 말에 공감해요. 세월이라는 것은 시간들이 길게 이어진 거잖아요. 공연을 보고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일까'를 떠올리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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