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장관 지시 전달받고도 불복 … 항명 대상 확대"박 대령 측 "장관 명령 특정 안 돼 … 윤석열 증인 채택 필요성 커져"
  •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모습 ⓒ 연합뉴스 제공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모습 ⓒ 연합뉴스 제공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항소심 재판부가 군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군검찰은 박 대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기록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장관에 항명한 것이라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변경했다.

    서울고법 형사4-1부(지영난 권혁중 황진구 부장판사)는 13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의 특정에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기존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군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올해 1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조사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할 권한이 없다며 박 대령의 항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군검찰은 항소심에서 박 대령이 김 사령관과 정종범 부사령관을 통해 이종섭 장관의 명령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군검찰은 이 전 장관이 2023년 7월 30일 수사단으로부터 8명의 경찰 이첩 계획 보고를 받은 직후, 이튿날 김 사령관과 정 부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비록 이 장관이 박 대령을 직접 수명자로 특정하지 않았지만, 군검찰은 "수사단장인 피고인에게 내려진 명령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 측은 공소장 변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은 "장관이 수명자인 피고인을 특정했다는 내용이 공소사실 어디에도 없다"며 "육하원칙에 따른 명확한 명령 주체가 규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이렇게 되면 명령의 최종 지시자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대령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수사기록 이첩 보류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증인 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증인 채택 여부를 보류한 상태다.

    이날 법정에서는 채 상병 순직 사건의 단초가 된 2023년 7월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 수색 당시의 현장 영상과 음성 녹취가 공개됐다. 수색에 참여했던 해병대 7여단 주임원사가 당시 급류 상황을 보고하며 "위험요소가 많으니 도로 위주로 수색해야 한다"고 여단장에게 보고하는 통화내용과 급류가 흐르는 하천 영상을 촬영한 장면 등이 재생됐다.

    또한 대구지검 수사기록에 담긴 병사·간부들의 진술조서도 증거로 제출됐다. 해당 조서에는 "임성근 당시 1사단장에게 원망이 많았다", "사단장이 4인 1개조로 찔러가며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 대령 측은 군검찰이 2심에 와서야 이런 자료를 제출했다며 "군검찰이 빼돌린 증거"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동의 아래 해당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했으며 오는 27일 2차 공판에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