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위, 닷새째…뉴욕, 시카고 등 곳곳에서 시위 확산주말 트럼프 생일-육군 열병식 맞춰 전역서 '노 킹스' 시위 예정시위대에 '전문 시위꾼' 투입 분석…LA 도심 야간 통행금지령'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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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에서 체포되는 시위대. 250609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를 넘어 시카고, 뉴욕을 포함해 이민 인구가 많은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특히 14일 토요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행사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릴 예정으로, 전국적인 저항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와 뉴욕 등 주요 대도시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이민단속정책에 반대하는 행진을 벌였다.워싱턴포스트(WP)도 뉴욕과 필라델피아,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6일 이후 현재까지 LA에서만 최소 330명이 체포됐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도 240여명이 체포되는 등 5개 이상의 도시에서 수백명이 체포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시카고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이날 반(反)트럼프 구호를 외치며 시내를 행진했다.시위대는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시카고에서 나가라", "이민자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했다.시위대 몇몇은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도 했다.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연대의 뜻을 보냈다.시카고 시위에 참여한 26세 셰릴 토마스는 NYT에게 "유색 인종과 흑인들에게 가해지는 불의 때문에 거리로 나오게 됐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뉴욕에서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250609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뉴욕에서도 수백명의 이민단속 반대 시위대가 등장했다. 뉴욕 시위대는 ICE 사무실과 이민법원이 있는 근처 폴리스퀘어에 집결해 약 1.6㎞를 행진했다. 시위대는 스페인어와 영어로 "ICE, 뉴욕에서 나가라"라고 쓰인 노란색 피켓을 들고 있었다.뉴욕 시위에 참여한 31세 안드레아 몬티엘은 "ICE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며 "뉴욕과 LA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공동체"라고 주장했다.샌프란시스코에서도 수천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고, 경찰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집회가 대체로 평화로웠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밤늦게 두 개의 소규모 그룹이 "기물 파손과 다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일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텍사스 오스틴 주의회 청사 앞에서도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시위대 10여명이 오스틴에서 체포됐다고 엑스를 통해 밝혔다.전국적인 시위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14일 토요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행사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NBC는 전했다.해당 퍼레이드에는 약 6600명의 병력과 150대 이상의 전차·장갑차 등 군용 차량, 약 50대의 군용 항공기 등이 동원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약 18마일(29㎞) 구간에 철책이 설치되며 약 175개의 보안검색대, 드론 감시, 주요 도로 폐쇄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
- ▲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 250609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노 킹스 시위는 인디비저블 등 약 200개의 진보 성향 단체들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인권단체의 전국 단위 조직들과 각 지역의 풀뿌리 단체들도 합세한다.5월 초부터 계획됐던 노 킹스 시위는 LA시위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계기로 전국적인 참여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LA시위 진압을 명목으로 주방위군 4000명과 해병대원 700명 투입을 명령하며 권한 남용 및 과잉진압 논란을 키웠다.에즈라 레빈 인디비저블 공동 창립자는 MSNBC 인터뷰에서 "LA시위에 대한 정부의 탄압 이후 노 킹스 시위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방식과 시민권 침해에 대한 광범위한 확산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다만 주최 측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시위의 초점을 분산시키기 위해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워싱턴 D.C.에서는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이지 않기로 결정했다.아울러 주최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제에 평화적으로 저항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폭력을 자제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했다.한편 경찰과 법 집행당국은 시위대 가운데 일부 '전문 시위꾼'과 무정부주의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연방수사국(FBI) 고위 관료를 지낸 스티브 무어는 CNN 인터뷰에서 "안티파(반파시즘과 반인종주의를 표방하는 좌익 운동) 같은 단체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이 상황을 혼란을 키울 기회로 보고 있다"며 "그것이 그들의 본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시위대 일부는 추적하기 어려운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이에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날 2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다운타운 지구 내 주요 시위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통행이 금지되는 지역은 약 2.6㎢다. 일단 하루 동안 실시되지만, 상황에 따라 며칠간 지속할 수 있다.이번 통행금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 병력 투입이 "과잉 대응이자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는 LA 당국이 폭력 사태 악화로 군 병력 투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