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中, 하버드를 '당의 학교'라 불러" … 트럼프 압박 배경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학교를 공격하는 배경에는, 이 대학이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깔려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을 문제 삼고 있다. 이 학교는 중국 고위 관료들의 단골 연수기관으로 알려졌고, '중국 공산당의 해외 당교(黨校)'라 불리기도 한다고 WSJ은 전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은 당과 정부의 중견 이상 간부들이 서구의 공공정책과 행정시스템을 배울 수 있도록 미국 등 주요 해외 대학에 유학·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시러큐스, 스탠퍼드, 메릴랜드, 럿거스 등 미국 주요 대학은 물론,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영국 케임브리지대, 덴마크 코펜하겐경영대학원(CBS) 등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선호되는 곳은 단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다. 2014년 상하이 시 기관지 '상하이 옵서버'는 "만약 해외 당교 순위를 매긴다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 1위일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은 1980년대부터 중국 출신 학생을 받아들였고, 1998년부터는 매년 약 20명의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 프로그램과 연수 과정을 운영해왔다. 2001년부터는 칭화대와 협력해 중앙 및 지방정부 관료들을 위한 '중국 발전 고위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을 매년 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버드 측은 "중국 정부가 높이 평가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으로, 관료들이 국가 개혁 과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를 거친 중국 고위 인사들도 적지 않다. 류허 전 국무원 부총리는 1995년 케네디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리훙중 현 정치국원도 1999년 여름 단기 연수를 받았다. 시진핑 주석의 딸 시밍쩌는 2010년대 초, 부주석이던 부친의 신분을 숨기고 가명으로 하버드 학부에 다녔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외손자 앨빈 장, 보시라이 전 정치국원의 아들 보궈궈 역시 하버드 출신이다.

WSJ은 하버드대 유명 교수들이 중국 공산당의 차기 지도자급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국 정부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국제정치학자이자 하버드 케네디스쿨 전 학장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직접 만나 미·중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기회도 가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에 대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연구비 중단, 외국인 학생 등록 제한, 연방 연구비 취소, 면세지위 박탈 등이 압박 수단으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