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민간인 수천명 몰리자 드론-탱크로 공격" 현지 보도이스라엘 "발포 없었다", GHF "하마스발 헛소문" 논란 일축유엔 측 "구호품 배급, '죽음의 함정' 돼…가자에 국제언론 필요"
  • ▲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이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구호품을 가져가는 주민에게 총격을 가했다며 이스라엘군(IDF)이 영상을 공개했다. 250602 사진=IDF 엑스(X, 옛 트위터) 갈무리. ⓒ뉴시스
    ▲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이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구호품을 가져가는 주민에게 총격을 가했다며 이스라엘군(IDF)이 영상을 공개했다. 250602 사진=IDF 엑스(X, 옛 트위터) 갈무리. ⓒ뉴시스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소에서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IDF)의 발포로 수십명이 사망하고 100명 넘게 부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IDF와 GHF가 이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새벽 GHF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운영하는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IDF의 공격으로 31명이 숨지고 176명 이상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민방위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민방위대의 마무드 바살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미국 배급소 근처에서 수천명의 민간인을 겨냥해 총을 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으로 시신 31구가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범죄조직인 파시스트 점령군(이스라엘)이 배급소로 향하던 수천명의 민간인을 표적으로 끔찍한 학살을 자행했다"면서 40명 넘게 숨지고 150명 넘게 다쳤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오전 3시께 라파 배급소에서 약 1㎞ 떨어진 교차로에 군중이 몰리자 IDF가 '해산하라, 나중에 다시 오라'고 명령했으며 이후 발포가 이뤄졌다는 목격자들의 발언을 전했다.

    가자시티 북부에서 온 사메 하무다는 오전 5시께 구호센터 앞에서 갑자기 무인기(드론)와 탱크의 공격이 시작됐다면서 "내 앞에서 여럿이 죽었다"고 AFP에 말했다.

    IDF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IDF는 이날 오전 칸유니스 구호품 배급소 인근 상황이라면서 한 드론 촬영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영상에는 총을 든 무장대원과 마스크를 쓴 남성이 주민에게 총을 발포하거나 돌을 던지는 장면이 담겼다. IDF는 무장대원이 하마스 소속이라고 명시하진 않았다.

    다만 성명에서 "지난 몇시간 동안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구호품 배급소 부근에서 IDF가 주민들을 향해 발포했다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는 허위보도가 유포됐다"며 "이는 모두 허위"라고 일축했다.

    IDF는 배급소 안이나 주변 지역의 민간인에 대해 발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하마스 아닌 가자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직접 배급하기 위해 GHF 및 국제 구호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DF는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민을 굶기고 위험에 빠뜨리는 잔혹한 테러조직"이라며 "언론은 하마스 테러조직이 전하는 정보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GHF도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도 구호품이 다시 한번 무사히 배급됐다"면서 "하마스는 오늘 사상자가 나왔다는 소문을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발표에 의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와이넷,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매체는 GHF가 공개한 배급소 부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이날 새벽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평온하게 이동하는 모습만 관찰된다며 총격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GHF는 유엔과 민간단체가 가자지구에 전달하는 구호물자를 하마스가 빼돌리거나 탈취하는 것을 막겠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만든 단체다.

    이스라엘은 3월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구호품 반입을 차단했으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 유엔 관련 기구 대신 GHF를 통해 구호물자를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런 계획이 원조를 무기화할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필리페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 옛 트위터)에서 "가자에서 구호물자 배급이 죽음의 함정이 됐다"고 비난했다.

    라자리니 총장은 "현장에 파견된 국제의료진은 오늘 아침 총격으로 민간인 수십명이 숨지고 다쳤다고 전했다"면서 "구호물자 전달과 배급은 대규모로 안전하게 이뤄져야 하며 가자에서는 UNRWA 등 유엔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다른 주장과 허위정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오늘 아침 벌어진 극악무도한 범죄와 계속되는 잔혹행위에 대해 독립적인 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언론이 가자지구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