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위해 인내했지만… 美 관세 인상에 보복 준비 마쳤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연합(EU)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는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대서양 무역전쟁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 관세 인상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EU는 협상 재개를 위한 인내를 보여왔지만, 이번 조치에 대응해 추가적인 대응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EU는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 및 추가 보복조치는 오는 7월 14일부터 자동 발효된다"며 "필요 시 더 앞당겨 시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 측은 특히 이번 관세 인상이 "양측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며,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US스틸 공장에서 철강 관세 인상 방침을 공식화했으며, 이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6월 4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해왔으며, 이번 조치는 예고 없이 발표돼 파장을 키우고 있다.

    유럽 철강업계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 철강산업협회 케르스틴 마리아 리펠 회장은 "트럼프의 이번 발표는 대서양 무역갈등의 격화를 의미한다"며 "50% 관세는 우리 산업에 큰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어려운 유럽 경제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조치"라고 경고했다.

    EU에 따르면 유럽 철강 산업은 27개 회원국 중 22개국에 걸쳐 500여 개 생산 시설을 운영하며 25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전체 철강·알루미늄 생산량의 약 20%가 미국으로 수출되며, 대미 수출 규모는 캐나다·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다.

    EU는 트럼프의 3월 철강관세 부과 이후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했고, 210억 유로(약 33조 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검토했으나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7월 14일까지 시행을 보류해왔다. 이와 별도로 EU는 미국산 항공기·자동차 등 최대 950억 유로(약 150조 원) 규모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계획도 마련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