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물리적 전력보다 중요한 건 신호…억제력 약화 우려"
  •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연합뉴스.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연합뉴스.
    중국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전략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북한이 이를 오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CSIS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최근 언론이 보도한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과 관련해 "미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국방부와 군 내부에선 심각하게 검토 중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보다는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군사력을 재배치하려는 기조를 보인다"며 "이는 북한에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에도 주한미군 감축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아이젠하워, 닉슨 시절에도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이 이뤄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감축 대상이 되는 4500명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숫자지만, 한국군의 전력과 미 공군의 지원, 정보 제공 등을 고려하면 한반도의 방어능력 자체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주한미군이 감축되더라도) 한반도에 약 2만명의 병력이 여전히 주둔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할 것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와의 협력, 북중 무역 회복 등 외부 환경 변화로 북한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동맹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와 2기의 초반 100일 동안 북한의 도발 빈도가 유독 높았다는 점도 지적하며, "설령 주한미군 감축이 물리적 방어력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억제력이라는 신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