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여 쉽게 하는 건 좋은데…이중 편의, 신뢰도도 지켜주나
  • ▲ 미국 펜실베이니아서 투표소 향하는 유권자. ⓒ연합뉴스.
    ▲ 미국 펜실베이니아서 투표소 향하는 유권자.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6월 3일은 법정 임시공휴일이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기에, 국가가 하루를 비워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처럼 '공휴일 + 사전투표'의 이중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대다수 국가는 본투표 중심으로 유권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으며, 사전투표는 보완적 수단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美·英 평일 투표, 공휴일 지정 안해…조기·우편 투표로 보완

    미국은 1845년부터 연방선거를 11월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 즉 평일에 치러왔다. 공휴일도 아니고, 투표소는 줄을 서야 한다. 하지만 대신 '조기 투표(early voting)'와 '우편 투표'라는 유연한 시스템을 통해 유권자 선택권을 보장한다. 개인의 생활과 투표 참여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국은 선거일을 전통적으로 목요일로 지정한다. 휴일이 아님에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긴 투표 시간과 사전·우편투표 제도를 운영해 참여 여건을 확보한다. 투표 때문에 일상을 멈추는 일은 없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은 일요일에 선거를 실시해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들 국가에서 선거는 공휴일도 아니고 사전투표도 제한적이다.

    독일에서는 본투표일 외에 '우편 투표(Briefwahl)'만 허용되며, 일본은 사전투표가 존재하지만 본투표가 국민적 행위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즉, 본투표일을 '국민 모두의 선택의 날'로 간주하는 문화적 기반이 견고하다.

    ◇캐나다·아르헨티나, 유급 투표시간으로 참여 보장

    이와는 또 다른 방식도 있다. 캐나다와 아르헨티나는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도, 법적으로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일정 시간의 유급 투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근무 중이라도 투표권은 침해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반해 '시민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세계 다수 국가는 본투표일 중심, 또는 우편·조기 투표 병행, 또는 주말 본투표라는 방식으로 투표권을 보장하고 있다.

    ◇공휴일에 사전투표까지…'이중 편의'가 부른 역효과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법정 공휴일 + 전국 단위 사전투표소 운영이라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분명 '편의'라는 측면에서는 진일보한 제도일 수 있지만, 과도한 편의가 오히려 본투표의 상징성과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한국의 사전투표는 2022년 대선 기준 36.9%에 달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본투표보다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확산되면서 투표함 보관, 인력 부족, 개표 투명성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졌고, 선거 조작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서울 서대문구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든 유권자들이 거리까지 나오는 일이 발생했고, 투표사무원이 남편 명의로 대리투표를 시도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투표권을 보장하겠다며 도입된 사전투표 제도가, 오히려 국민이 자신의 한 표가 온전히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들고 있다.

    사전투표는 원래 군인, 의료종사자, 출장자 등 특정 상황에서 본투표 참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보완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편하니까 미리 찍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제도의 본래 목적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