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분담금 미납-中 지연 납부로 유동성 위기 심화"불편하고 어려운 결정이지만, 막다른 길에 처했다"
  • ▲ 미국 뉴욕 유엔본부 전경. 240921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뉴욕 유엔본부 전경. 240921 AP/뉴시스. ⓒ뉴시스
    유엔이 재정 위기 탓에 직원 해고와 부서 통폐합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각) 유엔사무국이 37억달러(약 5조1041억원)의 예산 중 20%를 삭감하고, 직원 6900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은 사무국 직원들에게 예산 감축에 관한 세부내용을 6월1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구조조정은 내년 1월1일 자로 단행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공개 브리핑에서 주요 부서들을 통합하고 자원을 재배치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구를 통합하거나 축소해 중복을 줄이고, 불필요한 관료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에서 채용하거나 근무하는 인력도 비용이 낮은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불편하고 어려운 결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미루고 싶을 수도 있지만, 막다른 길에 처했다"고 말했다.

    유엔이 구조조정을 검토하게 된 것은 예산의 4분의 1을 지원했던 미국의 분담금 미납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탓이다.

    미국은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유엔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의 의사결정이 중국 중심으로 치우쳤고, 회원국의 분담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이유로 탈퇴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유엔에 대한 미국의 각종 체납금과 미지급금은 15억달러(약 2조6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유엔 분담금이 많은 중국도 반복적으로 분담금을 지연 납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유엔 기금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유엔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악화했다.

    유엔은 사무국의 구조조정이 분담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위기그룹의 유엔 전문가인 리처드 고완은 "구테흐스 총장 입장에선 (예산) 삭감으로 유엔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제로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조조정에도 행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유엔의 구조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유엔 및 기타 국제기구에 대한 분담금 문제는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