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PA, 전쟁·테러 대응용… 무역적자 사유는 인정 안 돼트럼프 행정부 즉각 항소… 법적 공방 이어질 듯
  • ▲ 상호관세 부과 차트를 들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연합뉴스.
    ▲ 상호관세 부과 차트를 들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관세 조치에 대해 헌법상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며 제동을 걸었다. 외국과의 통상 권한은 의회에 독점적으로 부여된 것이며,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일률적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를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은 "관세의 효과나 정책적 판단은 논외이며, 핵심은 법이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보수 성향 법률단체인 리버티 저스티스 센터가 미국 중소기업 5곳을 대리해 제기한 소송과, 오리건주 등 13개 주 정부가 제기한 별도의 소송을 병합해 나온 결과다. 이들 기업은 관세가 자사의 사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의 무역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국가들에 대해 10%의 일률적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했으며, 특히 대중국 무역적자를 겨냥한 추가 고율 관세 조치도 함께 발표됐다.

    그러나 법원은 IEEPA는 전쟁·테러·외국의 위협 등 이례적이고 중대한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지, 무역수지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특히 외국과의 통상 정책은 헌법에 따라 의회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했다.
  • ▲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연합뉴스.
    ▲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연합뉴스.
    이에 따라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발동한 관세 명령들의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실제 관세 부과가 즉시 중단되는지는 행정부의 대응 및 항소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장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 참모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법 쿠데타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에 나섰으며, 최종 판단은 연방항소법원 또는 대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항소가 제기되더라도 판결의 효력이 자동으로 정지되지는 않지만, 행정부가 상급심에 집행정지를 요청할 경우 실제 관세 집행 여부는 법적 공방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