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위, 뉴데일리-리서치민 '여론조사'에 딴지?조사 진행 중인 26일에, "의견진술서 달라" 요구사전신고 과정서 특정 문항 '수정·삭제' 구두 권고"보완요구서 달라" 요청에, 여심위 "권고만 한 것""이의신청 접수" "자체심의"‥경위 설명도 제각각
  •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청사. ⓒ연합뉴스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청사. ⓒ연합뉴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최근 '뉴데일리'가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 중인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와 관련, 공직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기준 위반 여부를 살펴보겠다며 뉴데일리 본사에 '의견진술서' 제출을 요청해 논란이 일 조짐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민'은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 24~25일 대선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추가로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조사 시작 2일 전까지 여심위에 조사 목적, 표본 규모, 조사 방법, 설문 문항 등 필수 사항을 서면 신고해야 한다. 이번 뉴데일리-리서치민의 여론조사 역시 사전신고와 등록 절차를 적법하게 준수한 상태였다.

    이번 조사가 질문지 구성이나 절차 등에 문제가 있어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여심위가 뉴데일리와 리서치민에 여론조사 실시 전까지 미비점을 수정·보완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이를 공문 등으로 보내야 했다.

    그러나 여심위는 지난 24~25일 1차 조사가 완료되고 조사 결과가 언론에 공표됐을 때까지도 '보완요구서' 등 강제성을 띤 요구사항을 전달하지 않았다.

    ◆2차 조사 진행 중 "의견진술서 내라" 공문 보내


    다만 이번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전, 뉴데일리와 리서치민이 설문 문항 등을 여심위에 제출했을 때 한 여심위 관계자는 특정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할 수 있는 표현 등을 수정할 것을 뉴데일리 측에 구두로 '권고'했다.

    이에 뉴데일리 관계자는 "이는 실제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들이고, 언론에서 종종 보도한 표현"이라며 "정치 현실을 반영한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 제108조 4항에 따라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신고 내용이 공직선거법 또는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여론조사 실시 전까지 보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보완요구에 이의가 있으면 우리 측에서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니, 수정 및 삭제 판단의 법적 근거가 명시된 보완요구서를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여심위 관계자는 "그냥 권고만 한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끝내 보완요구서를 보내지 않았다.

    이후 여심위는 2차 조사(25~27일)가 진행 중인 26일 오후에서야 이번 여론조사에 대한 '의견진술서'를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뉴데일리에 보내고, 이 사실을 유선상으로 통보했다. 해당 공문에서 여심위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호텔경제학' 등이 담긴 설문 문항을 여론조사에 포함한 구체적인 근거와 경위, 여론조사 실시 경위, 질문지 확정 최종책임자 등을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만일 여심위가 뉴데일리의 의견진술서와 심의를 토대로 이번 조사가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못 미친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이미 상당한 비용을 들여 진행한 여론조사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번 여심위의 조치가 정당한 여론조사에 대한 일종의 '압력 행사'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심위가 뉴데일리에 의견진술서 제출을 요청한 경위도 석연찮다. 여심위 관계자는 지난 26일 오후 3시 16분 뉴데일리 관계자에게 전화로 의견진술서 제출을 요청하면서 "이의신청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심위의 조치가 더불어민주당 등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측의 이의신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4시 51분 뉴데일리 관계자가 여심위의 다른 관계자에게 의견진술서 제출을 요청한 근거를 문의하자, 여심위 측은 "사전신고된 여론조사라도 자체 심의를 할 수 있다"고 답해 좀 전의 설명과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

    ◆RDD·ARS 조사 방식은 업계 '표준적 기법'


    앞서 민주당은 뉴데일리가 동일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문항 설계와 조사 방식이 여론을 왜곡한 '조작형 여론조사'"라는 정치적 프레이밍을 펼쳐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뉴데일리가 조사 문항에서 '반(反)이재명 개헌연대' 등 편향적 표현을 반복 사용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범보수 단일화' 질문을 4개를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RDD(무작위 전화걸기) 방식 중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번호'를 사용했고, 일반적 ARS 조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문항을 포함해 표본의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여론조사의 조사 방식을 문제 삼았으나, ARS는 조사원이 아닌 기계음 안내에 따라 응답자가 전화 키패드를 눌러 답하는 방식으로, 현재 한국 여론조사 업계에서 매우 널리 쓰이는 표준적이고 통상적인 기법이다.

    최근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도 ARS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비용 대비 효율성과 신속성 때문에 전화면접 조사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민주당은 뉴데일리의 여론조사 문항 중 "이번 대선에서 '반이재명 개헌 저지'를 명분으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문제 삼으며 '반이재명'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응답자의 인식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문항이 실제로 법적 위반인지 여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해당 질문은 특정 후보자의 지지도를 직접 묻는 것이 아니라 '범보수 후보 단일화'라는 정치적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묻는 형태로 설계됐다.

    또한 '반이재명'이라는 표현은 당시 실제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던 용어다. 과거에도 '반○○연대'와 같은 표현이 선거 국면에서 빈번히 등장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의 표현을 곧바로 불법적 '유도성 질문'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뉴데일리와 리서치민이 해당 문항을 사전에 여심위에 제출했을 때 여심위는 별도의 수정 요구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