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공언련 "대선 겨냥 '방송 길들이기'"YTN "언론자유 억압, 입법부의 '권한 과잉'"
  • 조기 대선이 불과 3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전·현직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장, YTN 대주주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과방위는 '방통위 2인 체제'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해당 체제 하에서 이뤄진 YTN 민영화 사안 등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가 MBC에 부담이 되는 '고(故) 오요안나 사망 사건' 진상 규명 청문회 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더니, 갑자기 대선을 앞두고 '방송장악 청문회'를 들고 나온 것은 시기적으로 볼 때 일종의 '언론 길들이기'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과방위가 오는 30일 방송장악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일방적 결정을 내린 뒤 아무런 협의도 없이 증인과 참고인들을 일방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KBS와 YTN의 경우 사장 국장, 본부장, 실장, 팀장, 감사, 사외이사까지 불러들이고,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들까지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민주당이 방송장악을 하겠다는 정략적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권 원내대표는 "히틀러 정권이 들어선 후 괴벨스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바로 언론통폐합과 방송장악"이라며 "민주당 세력이 꿈꾸는 것은 히틀러식 총통 권력"이라고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는 격"

    청문회 대상이 된 YTN에서도 성토가 터져 나왔다.

    지난 22일 YTN은 "입법부가 조기 대선을 목전에 두고 보도채널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실시한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최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과 관련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이번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법적 절차와 민주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채택한 증인만 36명"이라며 "그 가운데 대주주인 유진그룹을 포함해 YTN 관련 인사가 무려 16명"이라고 지적한 YTN은 "민영화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모두 포함됐는데, 이들 사외이사들이 민영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YTN은 "국회가 언론사 최대주주와 언론사 대표, 직원들까지 소환하는 이번 조치는 명백히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의도로 이해될 것"이라며 "더구나 정부의 공개 입찰에 참여해 관련 절차를 이행한 기업 최고경영자까지 증인 명단에 포함한 것은 입법부의 '권한 과잉'"이라고 판단했다.

    YTN방송노동조합도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YTN방송노조는 28일 '대선 코앞 민간 방송사 청문회? … 입법부 권한은 만능인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국회 과방위가 마흔 명에 육박하는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 YTN 민영화 과정 등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한 건, 입법부의 '권한 과잉'"이라고 비판했다.

    YTN방송노조는 "조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민영화된 방송사를 중계 카메라 앞에 불러 세우겠다는 발상은 전근대적"이라며 "이 사안은 소송이 제기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안"이라며 "일각의 주장처럼 과정의 문제가 법의 기준을 넘었다면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YTN방송노조는 "그런데도 입법부가 나서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대놓고 갓끈을 고쳐 매려는 심산'으로 읽힌다"고 비꼬았다.

    ◆"방송 독립 짓밟는 거대 정당의 횡포"

    언론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대표 한기천)는 "법은 '권력의 무기'가 아닌 '국민 인권'의 보호 수단이 돼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에서 '국민 인권'을 짓밟는 오만함이 커지는 것 같다"는 우려의 소리를 냈다.

    공언련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득표율에서 국민의힘을 6.6% 포인트 이기고도 의석수로는 압승을 거뒀다"며 "국회를 완전히 장악한 민주당이 법으로 포장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작금의 상황은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 듯하다. 법을 앞세운 권력의 횡포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가장 난폭한 모습 중 하나가 국회 과방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공언련은 "국회가 오는 30일 이른바 방송장악청문회를 열어 'YTN 민영화'와 '계엄 포고령 발표' 등 언론장악 행태를 밝히겠다고 한다"며 "국민의힘은 대선을 겨냥한 '방송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공언련은 "국회 과방위가 나오라는 증인만 60명 참고인이 7명으로 알려졌는데, 그 많은 사람들을 불러다 하루 동안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언론 자유? 방송 독립? 민주당에 그딴 건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공언련은 "과방위가 전·현직 방송통신위원장 3명을 소환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나오라고 했다"며 "YTN 대주주인 유진그룹 사주 부자를 비롯해 민간기업 인사들, 민영화 뒤 임명된 YTN 사외이사들까지 영문도 모른 채 불려나갈 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순 구성해 아직 첫 심의조차 시작 안 한 21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또 왜 부르는 것일까"라고 반문한 공언련은 "백 번 생각해 봐도' YTN 민영화'나 '계엄 선포'와 연관이 없다"며 "혹시 대선 기간에 누구 잘 봐주라고 압박하려는 것인지 의심마저 든다"고 추정했다.

    공언련은 "국민 주제에 나오라면 나오라는 것이냐"며 "의회 다수당의 횡포를 막아오던 행정 권력마저 무너지면 얼마나 더 심한 일을 우리는 겪어야 할까"라는 한탄으로 성명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