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가 스포츠에 천문학적인 돈 투자이는 스포츠 발전이 아니라 스포츠워싱의 일환ACLE와 월드컵 개최 등 불공정한 현상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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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아리비아가 천문학적인 투자를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 발전이 아니라 자국 이익, 왕실 권력 유지를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2022년 12월 31일. 세계 축구를 흔드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이적했다. 루머가 아니라 오피셜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공표한 장면이었다.유니폼을 바꿔 입었을 뿐인데 호날두는 단번에 세계 축구 연봉 1위, 압도적 연봉 1위로 등극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대급 연봉이었다. 알 나스르는 호날두에게 1억 7000만 파운드(3222억원)라는 '슈퍼 연봉'을 안겼다. 세계 축구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호날두라는 신호탄을 쐈고, 이어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 네이마르(전 알 힐랄),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 등 스타들이 연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입성했다. 처음에는 30대가 넘은, 전성기에서 내려온 선수들이 주로 이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는 20대 젊은 스타들의 입성도 이끌었다.돈의 힘은 강했다. 한국 축구 팬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차이가 K리그1 광주FC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의 맞대결이었다.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에서 격돌했고, 광주는 0-7 참패를 당했다.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추산한 알 힐랄 선수단 가치는 1억 8000만 유로(2941억원)다. 광주(139억원)의 20배가 넘는다. 현격한 격차에 광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사우디아라비아는 왜 이렇게 축구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을까.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 정치적인 계략이 숨어 있다.사우디아라비아가 축구에 투자하는 건 민간의 의지가 아니다. 이를 주도하는 건 국가다. 즉 축구가 '국가 정책'이라는 의미다.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 기금 'PIF(Public Investment Fund)'가 그 중심에 있다.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 알 힐랄, 알 나스르, 알 아흘리 등 4개 구단의 구단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PIF의 자산 규모는 무려 3430억 파운드(650조원)다. 세계 최고 부자 구단이다.국가 재산, 왕족의 돈으로 축구 정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축구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적 영향력을 높이며, 젊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스포츠 전체가 이 계략 안에 포함돼 있다.즉 '스포츠워싱'이다. '스포츠워싱'으로 인권 문제, 여성 탄압 등 부정적 시선을 돌리려 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만 파는 나라가 아닌 문화적으로도 세계 일류 국가라는 이미지를 퍼뜨리려 노력한다. 또 평균 연령 29.6세의 젊은 국민의 반정부 시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축구에 대한 진심, 축구 발전에 대한 열정보다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국가의 이익, 왕실의 권력 유지에 전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포츠 산업 발전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보는 것이 맞다.'권력 1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미지를 통째로 바꾸는 정책을 시도했다. 돈으로 세상을 바꾸려 한다. 2016년부터 석유 수출에 의존하던 한계를 깨며 새로운 길을 찾았는데, '비전2030'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의 핵심이 바로 스포츠다.사우디아라비아는 돈으로 세계 최고의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2034 월드컵 개최가 대표적이다. 또 2027 아시안컵, 2029 동계 아시안게임, 2034 하계 아시안게임 유치를 확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멈추지 않고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도 뛰어들었다.사우디아라비아는 돈이 많다. 돈이 많은 국가가 돈을 마음껏 쓰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돈이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을 깨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진행 중인 ACLE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AFC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지 오래됐다. 중동 국가 클럽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조직으로 비친다.ACL은 과거 토너먼트에서 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격돌했다. 하지만 동아시아 클럽들의 강세가 이어지자, AFC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결승에서 만나는 것으로 방식을 변경했다. 서아시아 클럽들의 우승 확률을 높여주는 구조였다.그러다 지난 시즌부터는 대놓고 서아시아 편을 들어주고 있다. ACL을 기존 춘추제에서 서아시아 리그 방식인 추춘제로 전격 변경했다. 그리고 8강부터 단판 경기로 치른다. 공식적으로는 중립 경기다. 그런데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 홈 경기로 ACL이 치러지는 것이다.동아시아 클럽들은 홈 어드벤티지를 전혀 활용할 수 없다. 먼 중동 원정길을 감수해야 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따라 하는 ACL이지만 UCL은 결승전이 제외한 모든 토너먼트는 홈 & 어웨이 방식이다.또 올 시즌부터 ACLE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을 없앴다. 누가 봐도 비싼 외국인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유리한 변경이다. 아시아 최고 클럽 축구 무대에 공정성이 사라진 것이다. -
- ▲ 축구의 순수함을 잃은 FIFA다. 돈을 벌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사우디아라비아다.ⓒ연합뉴스 제공
아시아에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 대회 월드컵 개최도 마찬가지다. 공정이 사라졌다.그동안 유지돼 온 대륙별 분배 원칙이 깨졌다. 2022년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중동 최초의 월드컵이었다. 또 월드컵 최초의 겨울 월드컵이었다. 그리고 12년 만에 다시 중동에서 월드컵이 열린다.월드컵은 유럽과 남미, 그리고 북중미에서 열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첫 아시아 대회가 펼쳐졌다. 월드컵이 글로벌 축제로 한 단계 도약한 계기였다. 그런데 한일 월드컵 이후 동아시아에서는 지금까지 월드컵이 열리지 않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상 첫 아프리카 월드컵이 개최됐다. 아프리카 역시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었다.12년 만에 중동에서 다시 월드컵이 열린다는 건, 국제축구연맹(FIFA)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돈질이 만든 야합이다. 돈을 더 벌고 싶은 FIFA는 축구의 순수함을 잃은 채 돈만 좇고 있다. 이를 충족시켜 줄 최적의 파트너가 돈이 넘치는 사우디아라비아인 셈이다. 모두가 반대해도 월드컵 출전국을 늘리고, 클럽월드컵 출전국을 늘리는 것도 돈에 미친 FIFA의 본심과 무관하지 않다.공정을 깨는 모습은 또 포착됐다. 세계적 이슈와 주목도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리그인 프로페셔널리그가 UEFA에 편입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을 현지 언론들이 퍼뜨린 것이다.상식을 깨는 행위다. 중동의 클럽이 유럽 축구 리그에 들어갈 어떤 명분도 없다. 이에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이 분노했다.그는 "일부 중동 언론들이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클럽만이 UCL, 유로파리그,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럽대항전에 올 수 있다는 건 단 1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일침을 가했다.이렇듯 돈으로 축구를 사고 있는, 불공정한 방식으로 축구를 지배하려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축구의 낭만은 사라지고,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형국이다. 앞으로 더욱 강력한 지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 안타까운 건 돈이 없는 나라, 가난한 리그가 어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공정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