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토트넘 5-1로 대파하고 EPL 조기 우승 확정리버풀 잉글랜드 1부리그 우승 20회로, 맨유와 최다 우승 공동 1위 등극리버풀은 클롭의 후계자 바로 찾아, 맨유는 여전히 퍼거슨의 후계자 기다리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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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맨유의 위대한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후 맨유는 단 한 번도 EPL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연합뉴스 제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이 우승을 확정했다.리버풀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펼쳐진 2024-25시즌 EPL 34라운드 토트넘과 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뒀다.전반 12분 토트넘 도미닉 솔란케에게 1골을 먼저 내줬지만, 이후 5골을 폭발시켰다. 전반 16분 루이스 디아즈의 골을 시작으로 24분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 34분 코디 각포, 후반 18분 모하메드 살라, 후반 24분 데스티니 우도기 자책골까지 나왔다.이번 승리로 리버풀은 25승 7무 2패, 승점 82점을 기록, 남은 4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EPL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앞서 4연패를 이룬 맨체스터 시티의 독주를 끊는 리버풀의 우승이었다.진정 놀라운 우승이었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리버풀이 우승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왜? 리버풀이 '과도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지난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로 평가를 받는 위르겐 클롭 감독이 떠났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의 '한'이라는 EPL 우승을 일궈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까지 정복했다. 리버풀의 부흥을 이끈 영웅이었다. 클롭 감독은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하나로 평가를 받았다. 리버풀의 자부심이었다.이런 영웅이 떠난 후 리버풀 지휘봉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감독이었던 아르네 슬롯 감독이 잡았다. 큰 기대는 없었다. 네덜란드 리그와 EPL은 수준이 다르고, 데뷔 시즌에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무엇보다 슬롯 감독의 '최대 적'은 클롭 감독의 그림자였다. 클롭 감독의 영광, 클롭 감독이 만들어낸 찬란한 역사와 싸워야 했다. 영웅이 떠난 뒤 암흑기가 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무엇을 해도 클롭 감독과 비교를 당할 것이 분명했다. 잘하지 못한다면 클롭 감독과 비교당하며 훨씬 더 강력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하지만 슬롯 감독은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시즌 초반부터 리그 1위를 질주하더니, 큰 위기 없이 리그 조기 우승을 달성했다. 클롭 감독이 EPL 우승컵을 가져온 2019-20시즌 이후 5년 만이다. 슬롯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최초의 EPL 우승 감독이 됐다. 대단한 성과다.우승을 확정 지은 후 슬롯 감독은 가장 먼저 클롭 감독의 이름을 꺼냈다.그는 우승을 확정 지은 후 "기분이 정말 좋다.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클롭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뿐이다. 내 휴대전화를 확인하면 클롭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해 있을 거다. 99.9% 확신한다. 올 시즌 동안 우리 둘은 정말 많은 순간을 함께 했다. 그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버풀이 클롭이 남긴 우승컵을 가진 팀이었다는 점이다. 클롭의 업적, 문화, 작업 속도, 퀄리티는 정말 뛰어났다"고 강조했다.리버풀의 새로운 시대, 리버풀의 새로운 영광, 리버풀의 새로운 우승. 이를 우울하게 바라보는 클럽이 분명 있을 것이다. 바로 리버풀의 '최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
- ▲ 리버풀의 위대한 위르겐 클롭 감독이 떠난 후 1년 만에 아르네 슬롯 감독이 리버풀을 EPL 우승으로 이끌었다.ⓒ리버풀 제공
최대 라이벌이 조기 우승을 하며 포효하는 사이, 맨유는 추락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맨유는 승점 39점으로 리그 14위다.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지, 암울함의 연속이다.리버풀의 우승으로 맨유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줘야 했다. 맨유는 그동안 잉글랜드 1부리그 역대 최다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단독 1위에서 밀려났고, 리버풀과 공동 1위가 됐다.1992년 EPL이 출범한 후 맨유는 압도적인 우승을 자랑했다. 무려 13회. 리버풀은 2회 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EPL 출범 전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리버풀은 18회 우승을 차지했고, 맨유는 7회에 그쳤다. 2025년 두 팀의 1부리그 우승 횟수가 20회로 같아졌다. 현재 리버풀의 상승세와 맨유의 하락세를 보면, 최다 우승 단독 1위가 리버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최다 우승 공동 1위를 허용한 것보다 더욱 뼈아픈 건, 리버풀은 '클롭의 후예'를 1시즌 만에 찾았다는 것이다. 클롭 감독이 떠나고 바로 우승컵을 품었다는 것이다.맨유는 그러지 못했다. 맨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후 맨유는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맨유는 '퍼거슨의 후예'를 찾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맨유는 추락을 거듭했고, 잉글랜드 '절대 최강'에서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맨체스터의 주인 자리도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 내줘야 했다.퍼거슨 감독은 1986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27년 동안 맨유를 지도한, 맨유 역대 최장수 감독이다. 이 기간 동안 EPL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UCL 우승 2회 등 총 38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잉글랜드 축구 최초의 '트레블'도 퍼거슨 감독의 작품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의 전설로 추앙 받는 이유다. 지금까지도 맨유 팬들과 선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은 퍼거슨 감독이다.2013년 퍼거슨 감독이 은퇴했고, 10년이 넘도록 맨유는 리그 우승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퍼거슨의 후예 후보들이 대거 몰려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퍼거슨 감독의 그림자를 더욱 키우고 나간 것이 전부였다.퍼거슨의 후계자로 도전한 이는 총 6명이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루이 판 할 감독, 조제 무리뉴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에릭 텐 하흐 감독, 지금의 루벤 아모림 감독까지. 올 시즌 중반 부임한 아모림 감독은 더 지켜봐야 한다.나머지 5인은 모두 실패했다. 그들은 퍼거슨 감독과의 싸움에서 졌다. 퍼거슨의 영광, 업적에 짓눌려 아무것도 못 한 채 맨유에서 쫓겨나야 했다. 아모림 감독 역시 큰 기대감은 없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퍼거슨 감독 후예로서 자격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맨유는 언제쯤 진정한 퍼거슨의 후예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아모림 감독의 성장을 기다리는 게 맞는 것일까. 다른 후보자를 찾는 것이 맞는 것일까. 리버풀이 잉글랜드 1부리그 최다 우승 공동 1위에 등극한 이날. 퍼거슨 감독이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