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진출 꿈꾸며 흥국생명 택했다…요시하라 감독 선임이 '결정타'
  • ▲ 흥국생명에 입단한 이다현.ⓒ흥국생명.
    ▲ 흥국생명에 입단한 이다현.ⓒ흥국생명.
    '현대건설 여자배구단 힐스테이트'의 중심 양효진의 뒤를 이어 '프랜차이즈'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다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옷을 갈아입었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여자배구계 메시' 김연경 뒤를 이을 '빅티켓'을 확보했지만, 잘 키운 선수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원소속팀 입장에서는 아릴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표면상으로는 김연경 은퇴 이후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흥국생명의 전략적 선택이지만, 이면에는 이다현의 '커리어 설계'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관건은 흥국생명이 최근 선임한 일본 출신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이었다.

    흥국생명은 22일 이다현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19-2020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현은 빠른 템포의 공격에 강한 미들블로커로 성장해 왔다.

    탄탄한 기본기와 민첩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활약해 온 이다현은 2021-2022시즌 V리그 베스트 7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 2024-2025시즌에는 블로킹 1위(세트당 평균 0.838개), 속공 1위(성공률 52.42%)를 기록하며 V리그의 정상급 미들 블로커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FA가 된 이다현은 지난 시즌 기본 연봉이 5000만원 이하인 'C그룹'에 속해 뜨거운 영입전이 벌어졌고, 마지막 승자는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배구 여제' 김연경이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고, 경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이다현에 공을 들인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더군다나 이다현은 모친인 류연수 전 SK케미칼 여자배구단 선수(1989~1991년, '90 베이징 아시안게임 선수단)의 실력을 이어받은 데다 올스타전마다 화끈한 세레머니를 보여주며 '팬심'을 '유혹'한 이력이 있는 만큼 김연경에 이을 '빅티켓'으로 보인다.

    이다현 입장에서 이번 이적은 자신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음 무대를 향한 결정이었다.

    여자배구 FA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외 이적을 염두에 둔 이다현이었지만, '포스트 양효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현대건설에 기대하고 있었으나, 두 차례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다현이 일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흥국생명이 일본인 감독(요시하라 도모코)을 데려오면서 일본 진출에 교두보를 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흥국생명 쪽으로 급격히 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 V리그 명문 JT 마블러스 사령탑을 맡아 9시즌 동안 리그 우승 2회, 준우승 3회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둔 지도자다. 2015-2016시즌은 팀의 1부 승격을 견인했고, 2023-2024시즌은 정규리그 전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현역 시절 미들 블로커로 활약했던 요시하라 감독은 일본 국가대표로도 오랜 시간 활약했다.

    요시하라 감독 아래에서 실력을 갈고닦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일본 배구계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택은 이다현에게 '최적의 환경'이 된 셈이다.

    다만 원소속팀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아프기 그지없는 계약이다.

    V리그에는 '계약 갱신' 개념이 없다 보니 해마다 성장하는 이다현에 대한 불안감이 컸지만, 장기 계약을 보장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FA가 됐을 때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만 원하는 선수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게다가 이다현이 FA로 이적하면서 보상선수를 데려올 수도 없다.

    현대건설은 FA 계약에서 고예림 선수마저 놓치면서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하는 수준이 됐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연봉 동결을 제안받은 고예림은 페퍼저축은행에 이보다 나은 조건으로 이적할 예정이다.

    재계약 가능성이 큰 양효진을 중심으로, 이번 시즌 김연경의 '은퇴 투어'와 '라스트 댄스'를 재연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