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대통령 단임제' 채택한 나라 10여 개과테말라·파라과이·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 노무현 "대통령 단임제, 선진국 아니라는 뜻"與 중임제 개헌 제시 … 이재명 "내란종식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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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에 불이 붙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대통령 단임제는 중남미와 아시아 일부 국가만이 채택할 정도로 보기 드문 '후진국형 정치 제도'로 꼽힌다. 장기간 독재를 경험한 국가들이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막고자 단임제를 도입한 것이다.우리나라도 같은 이유에서 대통령 단임제를 도입했으나 정책 연속성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줄곧 개헌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는 개헌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개헌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이 2022년 12월 공개한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에는 한국과 같은 공화국을 통치 체제로 둔 나라는 156개국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정부 형태로 보면 대통령제는 91개국, 의원내각제는 74개국, 이원정부제는 14개국이다. 아시아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는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몰디브, 미얀마, 필리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총 11개국이다.대부분 '의원 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키프로스, 튀르키예, 러시아, 타지키스탄 등 6개국만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 대통령제는 아프리카(42개국)와 북미·중남미(23개국)에서 우위를 점했다.한국처럼 대통령으로 단 한 번 재직할 수 있는 '단임제'를 채택한 나라는 10여 개국 정도로 보기 드물다.카자흐스탄은 과거 중임제였지만 2022년 헌법 개정을 통해 7년 단임제로 바꿨다. 필리핀은 6년 단임제로 연임이 안 된다. 엘살바도르는 5년 임기의 대통령 연임을 금지하고 있다. 과테말라·온두라스는 4년 단임제, 멕시코는 6년 단임제, 파나마·파라과이는 5년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멕시코 정도다.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나라 대부분은 정치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이에 대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단임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민주주의 선진국이 아니다'라는 증명"이라며 "쪽팔린다는 뜻"이라고 했다.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지낸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전에 장기 집권을 경험한 나라들이 대통령 단임제를 도입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민도가 높은 나라이면서도 5년 단임제를 너무 오래 유지했기에 수명이 다했다"고 지적했다.대통령제 자체를 문제 삼는 견해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임제와 상관없이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 대부분 후진국이다. 선진국은 한국과 미국밖에 없다"며 "연임제로 바꿔도 8년짜리 제왕을 뽑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자체 개헌안을 제시한 국민의힘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론도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분위기다.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3%가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권력 구조라고 응답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3%,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지난 대선 때 4년 중임제를 약속한 이재명 전 대표는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개헌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내란 종식, 개헌으로 완성하자"(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반박도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 주자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개헌은 필수"라며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구실로 덮으려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새미래민주당은 최근 개헌을 고리로 국민의힘과의 '반(反)이재명' 연대 가능성도 내비쳤다.전병헌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민주당은 일극 체제다. 파쇼 체제, 히틀러 총통 체제"라며 "반이재명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이 뭉쳐서 개헌연정과 연대 구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