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의 새로운 집행부 구성 완료젊은 인재 영입 실패, 대신 동남아에서 전설 쓴 두 감독 영입과거 2번 실패한 이용수 부회장의 복귀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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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신회를 쓴 박항서 감독과 신태용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새로운 부회장으로 선임됐다.ⓒ연합뉴스 제공
우여곡절 끝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4기 체제의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됐다.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9일 "제55대 집행부 구성을 마쳤다. 부회장, 분과위원장, 이사진을 포함해 27명으로 구성했다. 축구인 출신 전문이사 체제로 다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우려가 현실이 됐다. 당초 정 회장은 젊은 인재 발탁으로 인적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많은 축구 팬들의 기대감을 받았던 젊은 인재들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력강화위원장으로 45세의 현영민 위원장이 발탁된 것이 유일하다시피 한 젊음이었다. 전무이사로 선임된 김승희 대전 코레일 감독은 57세다.젊은 인재 영입에 실패한 정 회장. 승부수는 '동남아'였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신화를 쓴 박항서 감독과 신태용 감독을 부회장단에 합류시킨 것이다. 박 감독은 각급 국가대표팀 지원, 신 감독은 대외협력 책임을 맡는다.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힌다.2017년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2019 SEA 게임 우승·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까지 베트남 축구 최초의 성과들을 연이어 달성했다. 그는 2023년 베트남과 5년 동행을 마무리했다.베트남과 이별 후 프로팀 감독, 해외 대표팀 감독 등으로 물망에 올랐던 박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축구협회 부회장이었다.신 감독은 지난 2019년 인도네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2020 AFF 스즈키컵 준우승, 2022 AFF 미쓰비시컵 4위,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2024 AFC U-23 아시안컵 4강,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등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신 감독은 좋은 성적에도 지난 1월 인도네시아와 결별했다. 그는 휴식을 취한 뒤 감독직 복귀를 노린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제안이 왔고, 신 감독은 뿌리칠 수 없었다.박 감독과 신 감독 모두 아시아에서 한국 축구의 자긍심을 높인 상징적 인물이다.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전문가다. 이들이 무너져가는 축구협회에 합류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정 회장과 축구협회가 새로운 '얼굴마담'을 찾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과거 축구협회는 위기 때마다 유명인을 축구협회로 입성시켰다. 문제를, 위기를, 비판을 유명인 이슈로 돌리려는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향기가 풍기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정 회장은 유명인을 불러 놓고, 제대로 된 권한을 주지 않았다. 유명인을 최전방에 내세운 뒤 자신은 뒤로 숨었다. 이번에는 다를까. 박 감독과 신 감독에게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이들의 쓴소리, 직언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는 알 수 없다.이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건 아직도 축구 팬들의 의심의 눈빛이 더욱 크다는 점이다. 과거 대부분의 유명인들은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이번에도 '도돌이표'가 된다면 정 회장의 인사는 더 이상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정 회장 리더십은 되돌릴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
- ▲ 이용수 부회장이 대한축구협회로 복귀했다.ⓒ연합뉴스 제공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인사는 이용수 부회장의 컴백이다. 이 부회장은 축구협회 비전, 전략 등 기획 행정 부문을 담당하게 된다.그는 한국 축구 대표 '브레인'이다. 학구파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대표적인 업적이 2002 한·일 월드컵이다. 당시 기술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며 '4강 신화'에 큰 역할을 했다.하지만 정 회장 체제에서는 빛을 내지 못했다. 불명예 퇴진이 전부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이 부회장은 2017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선임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슈틸리케 감독과 동반 사퇴했다. 2021년 부회장으로 축구협회에 복귀했지만, 2023년 사임했다. 부회장으로서 한국 축구와 축구협회의 내리막을 막지 못했다. 이런 이 부회장이 다시 정 회장 체제로 복귀했다.두 번의 실패를 했음에도 세 번째 발탁. 실패한 인사를 재탕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부회장을 품었다. 정 회장의 마지막 임기, 마지막 승부수라 볼 수 있다.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세 번째 실패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