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 발표망사용료·플랫폼법 등 韓 디지털 무역장벽 거론
  • ▲ 미국 무역대표부가 31일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연합뉴스
    ▲ 미국 무역대표부가 31일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공개하며 한국의 자동차, 디지털 무역, 식품·농산물, 투자 분야에서 미국 기업이 직면한 각종 장벽들을 대거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발표할 ‘상호관세’ 정책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USTR은 총 397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에 관한 내용을 7쪽에 걸쳐 다루며, 한국의 무역장벽이 미국 기업의 시장 진입과 경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접근 확대는 미국의 핵심 우선순위"라며, 자동차 분야의 비관세 장벽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변경할 경우 인증을 받아야 하는 규제가 "기준이 불명확하고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 자동차 제조사와 수입업체들이 한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 분야에서는 2008년 한미 간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당시 한국이 도입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 조치를 "과도기적 조치"라고 규정하며, 이 조치가 16년째 유지되고 있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국이 쇠고기 가공품인 육포, 소시지 등도 월령 제한 없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는 최근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사용료 부과 법안'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이 콘텐츠도 직접 공급하는 구조에서, 해외 콘텐츠 제공자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한국 경쟁사가 유리해질 수 있다"며 "망 사용료 부과는 ISP의 독과점을 강화하고 반(反)경쟁적"이라고 평가했다.

    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규제도 도마에 올랐다. 보고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클라우드 보안 인증 프로그램(CSAP)'이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한국 공공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국가정보원이 미국 등과 가입한 국제공통평가기준(CCRA) 외에 자국 기준(SES)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점도 무역 장벽으로 꼽았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도 주요 쟁점이다. 한국이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글로벌 매출 기준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개인정보의 해외 전송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부여한 점이 디지털 무역에 불리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투자 분야에서는 △지상파 방송 외국인 출자 금지 △케이블·위성방송 외국인 지분 제한 △육류 도매업 외국인 투자 제한 등을 문제 삼았다. 제약·의료기기 분야에선 가격 책정과 보험 적용 방식이 불투명하고, 정책 변경 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서도 "한국 대기업 일부와 미국 빅테크 기업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다수의 한국 기업과 타국 기업은 제외된다"며 역차별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등은 이미 해당 법안에 대해 수차례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농업·생명공학과 화학물질 분야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의 바이오 제품 승인 절차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령은 집행 가이드라인이 부족하고 기업 기밀 보호도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보고서 발표는 단순한 관찰이나 문제 제기를 넘어, 실제 관세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2일, 각국의 관세 시스템과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한 ‘상호관세’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서에 지적된 한국의 장벽이 실제 관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보고서 발표와 함께 "근대사의 미국 대통령 중 트럼프 대통령만큼 외국 무역장벽에 철저히 대응한 지도자는 없었다"며 "이번 정부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공정한 시장을 되찾아주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