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체온과 생명을 맞바꾼 혈투 현장윤경숙 의병장 "작은 불씨라도 되고 싶다"'단식 28일' 전지영 "자리 비우면 바로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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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경숙 의병장이 단식 16일차 응급실에 실려가고 난 이후 자리 모습. ⓒ나라살리기 천만의병단 제공
"단식 8일 차 저혈당 쇼크로 1차 입원했다. 16일 차 백혈구 최저치로 몸의 모든 균형이 무너졌다. 그러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나라살리기 천만의병단 최원호 씨가 전한 윤경숙 의병장의 소식이다.◆윤경숙 나라살리기 천만의병단장 "작은 불씨라도 되고 싶다"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된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의 '무제한 필리버스터 기자회견'에서는 윤 의병장의 소식이 전해졌다. 소식을 듣고자 헌재 앞에 모인 시민들의 눈에는 안타까움과 함께 목숨을 건 이의 혈투를 보며 두 눈에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앞서 윤 의병장은 "나 하나의 작은 불씨가 도움이 된다면 현재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단식 만류에도 1차 입원 후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일체 곡기를 끊는 투쟁을 계속하다 결국 응급차에 실려 갔다. 현재 사실상 퇴원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함께 단식에 나서고 있는 의병들과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메시지를 보내왔다.백혈구가 거의 없는 상태가 되면 감염에 극도로 취약해지면서 보통 사람에게는 무해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도 중대한 위협이 될 수가 있다. 감기처럼 시작된 열이 치명적인 감염이 될 수 있어 열이 38도 이상 올라가면 의학적으로 응급 상황이 된다. 몇시간 안에 패혈성 쇼크로 진행될 수 있다. -
- ▲ 지난 3월 22일 단식 13일차 윤경숙 의병장과 나라살리기 천만의병단 의병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나라살리기 천만의병단
그럼에도 윤 의병장은 현장으로 돌아오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자신의 빈자리가 약점이 될까 염려한 그는 의병단원들에게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이날 메시지에서 윤 의병장은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은 시궁창보다도 더 깊이 썩어 문드러져 있다. 공정과 상식은 길바닥에 내던져진 지 오래고 사법 정의는 실종된 채 국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은 오히려 국민을 짓밟는 공포 정국으로 변해버렸다"라면서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저의 빈자리가 반민 세력들에게 국민 의병의 약점으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이어 "힘들겠지만 여러분께서 조금만 더 마음을 모아 함께 채워준다면 염치없지만 감시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불법 사기 탄핵 판결이 반드시 무효 또는 각하, 기각 판결이 날 때까지 헌법재판소 앞을 물 샐 틈 없이 지켜주시길 거듭 당부드린다"라며 "저도 몸을 추스르는 대로 다시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
- ▲ 전지영 국가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이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8일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비닐 천막 등이 설치되지 않다. ⓒ뉴데일리
◆몸이 망가져도 헌재 앞은 지킨다는 시민들이보다 앞서 같은 자리에서 28일간 단식·노숙을 이어간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전지영 국가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이다. 지난달 26일부터 단식을 시작한 전 사무국장은 윤 대통령의 권유로 단식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그가 투쟁을 시작했을 당시 기온은 영하 2도였다. 여기에 시속 20㎞의 바람까지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영하 8~12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환경이 된다. 영양 공급 없이 24시간 노숙을 지속하면 저체온증으로 혼수 상태까지 이를 위험이 크다. 실제로 그는 단식 중 세 차례나 응급실로 이송됐다.전 사무국장은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천막 하나 못 치게 막았다"며 "모자 하나 건네받아도 경찰이 제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경찰과 헌재 직원의 조치를 보며 공권력이 국민이 아닌 체제 유지를 위해 작동하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토로했다.◆28일 단식하던 전지영 국장 "자리를 비우면 바로 무너진다"전 사무국장은 헌재 앞자리를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어선'이라 표현했다. "이 자리를 좌파에게 뺏겼다면 진작에 탄핵 인용 심판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도 헌재 앞 천막을 밀어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공백은 곧 불법적인 권력의 잔인한 개입으로 채워질 것이다. 누가 자는 사이에 나라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두고 싶지 않다."◆'의병'이라는 이름의 시민들'나라살리기 천만의병단'은 2022년 전북 전주에서 시작된 시민단체다. 윤 의병장의 단식이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전국에서 하루 평균 30~50명의 시민이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최소 하루, 많게는 일주일까지 단식을 감행하고 있다. 대부분 생업을 멈추고 반차나 연차를 내고 참여한다. 서울은 물론 경남 마산, 전남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헌재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그들은 스스로를 '의병'이라고 부른다. 그 말에는 분노도 절망도 결의도 담겼다. 헌재라는 상징적 공간 앞에서 그들은 무기를 들지 않은 투사로서 체온과 생명을 무기로 싸우고 있다.그러나 누군가의 생명과 체온이 투쟁의 방식이 되는 현실은 그 자체로 시대의 아픔을 말해준다. 헌재 앞 천막에는 오늘도 생명의 등불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