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배삼식 작가·김정 연출·한승석 작창 등 참여
  • ▲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의 주역 6인.ⓒ국립극장
    ▲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의 주역 6인.ⓒ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은 신작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이하 보허자)'를 3월 13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처음 선보인다.

    '보허자'는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전래돼 고려와 조선의 궁중음악으로 수용된 악곡 중 하나로, '허공을 걷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자연의 순리에 따른 평온한 삶을 동경하지만, 이상과 다르게 현실에 얽매여 발 디딜 곳 없이 허공을 거니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이를 뜻한다.

    '보허자'는 조선 제7대 왕 세조(수양대군)와 그의 권력욕으로 희생된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1480년(성종 11년) 계유정난 비극이 벌어진 지 27년 후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극본을 쓴 배삼식 작가는 세조로부터 실권을 박탈당한 안평대군이 강화도와 교동도로 유배된 지 8일 만에 사사됐으나 그의 무덤·태실·비문 등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극 중 안평은 나그네로, 수양은 죽은 뒤 안평의 눈에만 보이는 혼령이 돼 등장한다.
  • ▲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주요 제작진(왼쪽부터 배삼식·김정·한승석).ⓒ노승환
    ▲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주요 제작진(왼쪽부터 배삼식·김정·한승석).ⓒ노승환
    안평의 딸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무심은 변방의 오랜 노비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다. '몽유도원도'의 화가 안견은 안평의 첩이었으나 관노비가 된 후 불의의 사고로 몸과 마음을 다친 대어향을 찾아내 남몰래 거둔 것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폐허가 된 옛집 수성궁 터에서 마주쳐 회포를 풀고 추억을 나눈다. 그곳에서 이름 모를 나그네(안평)와 조우하고, 안평이 꿈에서 본 낙원을 그린 '몽유도원도'가 보관된 왕실의 원찰 대자암으로 함께 여정을 떠난다.

    배삼식 작가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이 무참히 꺾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자유로운 삶에 대한 열망과 진흙탕 같은 현실의 무거움을 대조적으로 펼쳐낸다. 그는 "각 인물의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순수하고 본질적인 삶에 대한 열망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연습 현장.ⓒ국립극장
    ▲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연습 현장.ⓒ국립극장
    연출은 제54회 동아연극상과 제9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김정이 처음 창극 연출에 도전한다. 김정은 "꿈이자 희망이었던 '몽유도원도'를 향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유롭지 못한 현실 속에서도 어딘가 있을 희망을 품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창과 작곡·음악감독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귀토', '리어' 등 다수의 국립창극단 작품에 참여한 한승석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맡는다. 이 외에도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신동선 조명디자이너, 유미양 의상디자이너, 권령은 안무가 등이 합류했다.

    '나그네(안평)' 역에 김준수, 대자암의 비구니 본공과 도창 역에 김금미, 안평 곁에 넋으로 맴도는 '수양' 역에는 이광복이 출연한다. 안평의 딸 '무심' 역 민은경, 안평이 사랑했던 여인 '대어향' 역 김미진, 안평의 꿈을 그려낸 화가 '안견' 역에는 유태평양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