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회담 종료 후 "협상하지 않는 쪽 선택""우크라이나 대선 너무 오래됐다"…정권 교체 압박'친러정권 수립 모색' 러시아와 비슷한 입장…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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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단독으로 종전 협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우크라이나 패싱'에 반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지지율 4%짜리 대통령'이라면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이는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 축출을 도모해온 러시아가 해온 주장으로, 신속한 종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시작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기우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 대통령)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또한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이 협상에서 배제됐다면서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데 대해 "이 자리(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이런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놓고 열린 미·러 장관급 회담 종료 직후 나왔다.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야드에서 미·러간 고위급 회담이 진행된 후 "회담에 초대받지 않았다. 이는 우리에게 그리고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놀라운 일"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내일로 예정됐던 사우디 방문 일정도 3월로 돌연 연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은 3년 동안이나 그곳에 있었다. 전쟁을 끝냈어야 했고, 시작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협상을 이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이어 "나라면 우크라이나 영토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협상을 이룰 수 있었다. 누구도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떤 도시도 파괴되지 않았을 것이다. 단 하나의 지붕도 내려앉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선거를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이는 러시아가 제기한 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며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
-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자 우크라이나 언론의 반박 보도가 나왔다.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시된 주장이라면서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반박했다.이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인터뷰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52%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4%와는 큰 차이가 있다.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앞선 조사들에서 2022년 5월 90%, 2023년 12월 77%, 2024년 5월과 9월 각각 59%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면 탑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시 지도자를 축출하고 친푸틴 인사를 내세우는 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이 신문은 리야드 미·러 회담에서 양국은 평화협정이 최종 합의되기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미국 매체 악시오스도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주장은 종전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는 우크라이나와 동맹국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와 젤렌스키 정부간 긴장과 의혹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로 교체해야 한다는 취지의 트럼프 발언은 그간 러시아가 해온 주장과 비슷하다.러시아는 전쟁을 이끌어온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한 뒤 우크라이나에 친러·친푸틴 정권을 수립하는 방안을 암암리에 모색해왔다.우크라이나의 유명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권을 잡았으나, 전쟁 발발과 함께 계엄령이 선포돼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시 내각 체제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지난해 3월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전시 체제에 따른 선거 중단으로 임기도 연장됐다.이후 러시아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선을 취소함으로써 국가 권력을 찬탈했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향후 양국이 상황에 따라 종전협정 등 합의문에 서명할 일이 있을 때 상대가 적법한 대통령이어야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니라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한 데 이어 "(러시아와의)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됐고 (종전에 대한)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이달 중 미·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