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미군기지 네트워크형 핵공유가 효과적"정성장 "韓日 핵무장하고 대만 유사시 日이 지원"
  • ▲ 세종연구소(이사장 이용준)가 7일 강원도 강릉의 한 호텔에서 '복합위기 속 인도태평양: 미중 전략경쟁과 동맹 관리'를 주제로 '2025 세종연구소 워크숍'을 개최했다. ⓒ세종연구소 제공
    ▲ 세종연구소(이사장 이용준)가 7일 강원도 강릉의 한 호텔에서 '복합위기 속 인도태평양: 미중 전략경쟁과 동맹 관리'를 주제로 '2025 세종연구소 워크숍'을 개최했다. ⓒ세종연구소 제공
    한국·호주·필리핀·미국령 괌 등 동북아 인근 미군기지들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형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영토 내 고정 배치보다 더욱 효과적인 북핵 억제 방안이라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7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25 세종연구소 워크숍'에서 "경기도 오산이나 평택 등 한국 내 미군기지에 고정 배치하는 것보단 동북아 인근 미군기지들을 네트워크로 엮어 실제로 어디에 배치됐는지 (북한이) 모르게 하는 방식(undeclared nukes)이 김정은에게 가장 큰 심리적 공포심을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동북아 내 허브기지들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겠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이나 북한에 상당한 억제력이 있을 것"이라며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는 해상 기반 순환 배치 방식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태평양 전쟁 말기 미국의 원폭 투하로 세계 유일 피폭국이 된 일본의 강한 반핵 정서, 중국의 거센 반발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일본과 대만은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라면서 "오산이나 평택 기지에 전술핵을 고정 배치하면 사드 배치 때보다 몇 배 더 심한 갈등이 있을 것이다. 결국 (순환 배치가) 가능한 쪽은 한국, 호주, 필리핀, 괌 정도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 차원의 핵전략 부재, 한미 간 신뢰 부족 등은 한국이 핵 옵션을 강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 위원은 "한국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탈원전에서 핵무장으로 왔다 갔다 한다. 핵연료 정책(한미원자력협정 조기 개정)도 아직 국가적으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가 전략 자체가 없다"며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이 핵을 가져도 될 만한 믿을 만한 동맹이라는 게 일단 전제돼야 한다. 한국이 과연 핵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으면 (핵 옵션 강화는)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핵 전력을 고려하면 한국이 비핵국가로 남는다는 것은 이상주의에 불과하며 한국과 일본의 동시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2030년 100개, 2035년 1500개 등 계속해서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 한국 핵무장으로 북한 핵을 견제하고 일본 핵무장으로 중국 핵을 견제하지 않으면 동북아 핵 불균형이 계속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과 일본이 공격핵잠수함(SSN)을 갖게 되면 대만 유사시 일본이 SSN으로 미국을 지원할 수 있으니 미국의 대중 견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재흥 선임연구위원은 적대적 남북 관계에 이어 중러-북러-북중 관계 특수성으로 인해 미국이 바라는 북핵 문제 해결은 상당한 난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제재 완화 혹은 핵보유국 묵인 등 기존 북핵 문제 해결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 정책 변화를 압박하며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과 미국의 대남 핵우산 철수까지 요구하는 새로운 대미 전략 추진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준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제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약 3주가 경과됐는데 우리가 우려했던 일이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제안(가자지구 점령)이다. (그런 제안을 할 정도면) 한반도에 무엇이 올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미증유의 불확실성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