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전·현직 임직원 지난해 에이투지 구주 팔고 엑시트개인 주주 구주 사준 합자회사에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출자컴투스 자회사 위지윅스튜디오와 SAMG엔터·YG 등도 공동 출자"막대한 혈세 들어간 펀드가 특정 개인들의 차익 실현 도와준 꼴"컴투스 그룹 측 "박인규 전 대표 시절에 이뤄진 일…투자 과정 몰라"
-
- ▲ 2023년 모태펀드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 선정 결과. ⓒ한국벤처투자
고평가 투자 유치 논란을 빚고 있는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대표 조성완·이하 에이투지)'에 초기 투자했던 개인 주주들이 지난해 고밸류로 대거 구주를 팔아 차익 실현을 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이들의 주식을 사들인 합자회사에 혈세 2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해당 합자회사에 구주를 팔고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개인 주주들은 컴투스 그룹 관계사의 전·현직 임직원들로 보유 주식 대부분을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정 세력이 관여된 펀드가 개인 주주들의 주식을 일괄적으로 매입한 것을 두고 거래 과정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3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에이투지 개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1만385주를 매입한 '에이티유컬쳐테크엠앤에이 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에이티유펀드)'는 자산운용사인 '에이티유파트너스(이하 ATU)'가 조성한 펀드다.지난해 에이투지 구주를 매각한 개인 주주 현황을 보면 ▲김모씨가 4576주 ▲고모씨가 300주 ▲김모씨가 600주 ▲김모씨가 100주 ▲박모씨가 600주 ▲윤모씨가 400주 ▲임모씨가 300주 ▲전모씨가 3000주 ▲이모씨가 205주 ▲조모씨가 204주 ▲최모씨가 100주 등을 팔았다. 이들은 컴투스 그룹 자회사에서 근무하거나 이른바 '박인규 사단'의 본진으로 평가 받는 위지윅스튜디오 출신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이들 가운데 이모씨 등 일부 개인 주주들은 6504주를 모 세무법인에 근무 중인 우모씨와 최모씨 등에게 넘겼고 우씨와 최씨는 해당 주식을 전량 에이티유펀드에 되판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 [단독] 고평가 투자 유치 논란 '에이투지엔터' … 투자조합 이어 컴투스 관계사 전현직 임직원들도 대거 엑시트> -
- ▲ 2024 에이투지엔터에인먼트 개인 주주 11명의 지분 변동 현황. ⓒ디자인=황유정
◆혈세 투입된 펀드가 컴투스 관계사 임직원 고밸류로 '엑시트' 시켜줘이들이 매도한 주식은 모두 에이티유펀드라는 곳이 사들였다는 또 다른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문제는 개인 주주들을 엑시트 시켜준 에이티유펀드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이다. 에이티유펀드는 ATU가 지난 2023년 4월 한국모태펀드 1차 정기 출자 사업에서 'K-문화 M&A' 분야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같은 해 12월 결성된 익명 투자조합이다.펀드 결성 총액은 지난 2023년말 기준 420억 원으로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00억 원이 혈세로 운용되는 한국벤처투자(KVIC) 모태펀드 자금으로 충당됐다. 나머지 220억 원은 컴투스 자회사인 위지윅스튜디오를 비롯해 '캐치 티니핑'으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SAMG엔터테인먼트(이하 SAMG엔터)', 가수 겸 음반 제작자인 양현석이 창업한 '와이지플러스(이하 YG)', 유안타증권, 우리기술투자 등 기관투자자들이 공동 출자했다.결국 막대한 국민 혈세가 들어간 펀드가 일부 특정 개인들의 차익 실현에 활용된 셈이다. 이에 대해 벤처캐피탈 업계 한 관계자는 "고평가 논란이 있는 비상장 회사의 개인 주주 보유 지분을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펀드가 인수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큰 논란 거리"라며 "자세한 투자 조건과 과정 등을 들여다봐야겠지만 만일 해당 회사가 잘못될 경우 개인 주주들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고 혈세만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앞서 지난 2023년 3월 '디에스-신한-제이비우리 뉴미디어 투자조합(뉴미디어 투자조합)'은 에이투지에 460억 원을 투자하면서 에이투지 구주를 1700억 원대 밸류로 주당 약 51만9000원에 3만3496주(약 174억 원), 신주(전환우선주·CPS)는 구주보다 3.5배가량 높은 6000억 밸류로 주당 약 181만3000원에 1만5350주(약 278억 원)에 각각 취득했다.당시 에이투지는 투자 시장에 가격이 높은 신주 인수 조건만 외부에 공개하는 선별적 공시로 회사 적정 가치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한국벤처투자 상급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펀드 출자사(LP)의 관계사 출자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펀드의 지분이 어느 정도 있는 출자사가 자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관계도가 얼마나 깊은 지에 따라 판단이 조금 다를 수 있다"면서 "에이티유 사례는 세부적인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고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펀드 출자사의 자회사 투자는 출자사들이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데 벤처투자법에서 제한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파악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컴투스 그룹 관계자는 "해당 투자 건(에이티유 개인 구주 매입)은 박인규 전 대표(위지윅스튜디오 창업주) 재직 시절 이뤄진 일로 그룹 차원에서는 구체적인 투자 과정을 알지 못한다"며 "컴투스 그룹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펀드가 개인 주주들의 지분을 매입해줬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며 "위지윅의 경우 (에이티유펀드)단순 출자사로 위탁운용사(ATU) 업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
- ▲ 에이티유컬쳐테크엠앤에이사모투자 합자회사 출자 현황. ⓒ디자인=황유정
◆컴투스 그룹, '왕을 찾아서' 모태펀드 자금 이해충돌 논란 '전적(前績)'하지만 컴투스 그룹은 계열사인 에이투지가 제작 총괄을 맡은 영화 프로젝트에 수십억원의 모태펀드 자금을 제작비로 투입했다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전력이 있다. <관련기사: [단독] 컴투스 그룹의 야심작 '왕을 찾아서' … 혈세 700억 투입된 크릿벤처스 '이해충돌' 논란?>실제 컴투스 그룹은 지난 2020년 8월 벤처캐피탈(VC) '크릿벤처스'를 설립하고 2022년 9월 자산운용사인 '케이넷투자파트너스'와 '케이넷-크릿콘텐츠 투자조합(케이넷-크릿)'을 결성했다. 케이넷-크릿 역시 모태펀드로부터 혈세 700억 원을 지원 받아 1015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케이넷-크릿은 이후 에이투지가 제작하고 위지윅스튜디오가 배급을 맡은 SF영화 '왕을 찾아서(미개봉)'에 제작 비용으로 펀드자금 50억 원을 투자했다가 이해충돌 이슈가 불거지자 황급히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펀드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자체 심의위원회 등을 거쳤을 것"이라며 "제대로 심의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경영진들의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이티유펀드가 개인들의 주식을 합당한 가격에 매수했는지 여부에 따라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관련 규정이 허술해 다양한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시장의 본질을 왜곡하고 편법 등을 동원해 자본시장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행위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