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념·탈진영 외치지만 비명 "자기 편의적"이재명, 팬덤 권리당원화로 당 내부 장악 활용민주당 권리당원, 李 대표된 후 폭발적 증가권리당원 투표 비율 높혀 총선서 공천 학살당대표 연임 땐 득표율 86.7%, 일극체제 완성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했다.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이념·탈진영을 선언하면서 이 대표의 '팬덤 정치'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민주당을 장악하며 '진영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이 대표가 외치는 실용주의가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며 민주당을 탈당한 한 전직 의원은 23일 뉴데일리에 "이 대표가 외치는 탈이념과 탈진영, 실용주의는 지금의 위기를 넘기려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며 "이재명식 실용주의는 그때그때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선택할 때 쓰이는 단어일 뿐 정적 제거로 살아온 정치 인생을 반성하고 바꾼다는 뜻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민주당은 여론조사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모습도 속출하고 있다. 오차범위 밖까지 벌어진 여론조사도 여럿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실용주의를 꺼내 들었다. 그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 대표가 민주당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전혀 이런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열성 지지자들을 민주당으로 입당시키는데 골몰했다. 자신의 지지층을 당으로 모아 각종 투표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2021년 130만 명이던 민주당 권리당원은 2022년10만 명이 증가한 140만 명을 기록했고, 2023년 6월에는 245만 명으로 늘었다. 2022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이 대표의 지지층이 대거 입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78.22%,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86.25%를 기록했다.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한 강화에 골몰했다. 전당대회와 총선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였다. 외연은 당원권 강화를 통한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표방했지만 비명계에서는 당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봤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이원욱 전 의원은 "직접민주주의, 포퓰리즘이 정치권력과 결합할 때 독재 권력이 된다"고 했다. 박용진 전 의원도 "이렇게 편의주의로 가면 당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국민과 한 약속인 당헌은 누더기가 된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제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던 2023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가자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던 2023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가자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는 개딸의 위력 행사가 극에 달했다. 2023년 9월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의 입장은 확연히 갈렸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체포동의안 투표 당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고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들을 '수박'이라고 부르며 총선에서 반드시 공천 보복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원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기각됐다. 

    지난해 4월 펼쳐진 총선 과정에서 개딸의 보복이 현실로 이뤄졌다. 이 대표를 비판했던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공천을 받지 못하며 당을 떠나거나 야인이 됐다.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친명 후보 투표를 독려했다. 현역 의원 69명 중 41명이 경선에서 탈락했고, 7명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됐다. 이 과정에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를 '공천 혁명'이라고 했다. 그는 "당원과 국민에 의한 공천 혁명이 있었다"며 "당이 한 것은 경선의 기회를 많이 확보한 것에 불과하다. 그 경선에 권리당원들과 국민 여러분께서 정말 압도적으로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만큼 변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에도 나섰다. 지난해 8월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최종 득표율 85.4%를 기록하며 당권을 다시 가져갔다. 권리당원 ARS 투표에서는 90%에 달하는 득표율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자신의 팬덤을 향해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도 독려해 왔다. 그는 2022년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에 "역사는 다수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소수가 만드는 것"이라며 "시간 날 때마다 댓글 하나씩 달고 그게 귀찮으면 공감 한 번씩만 눌러줘도 댓글 정화 작업할 때 얼마나 쉽겠는가. 그게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 채택이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논란 등에서 이미 원칙을 바꿨던 상황에서 야권 내부의 균열만 부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식 실용주의는 자기한테 유리한 길만 찾아가겠다는 원칙 아닌 원칙"이라며 "개딸 홍위병을 데리고 공산당식 당 장악을 했던 사람이 여론이 심상치 않으니 위장 전술을 쓴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