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수감' 무기수 김신혜, 친부살해 혐의 재심서 무죄

수면제를 탄 양주를 아버지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씨(47)가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는 이날 재심에서 조속살해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00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지 24년 만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재판 과정에서 해당 진술을 부인한 점을 들어 "김씨가 다른 동기로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씨의 자백을 들은 친척과 경찰관들의 진술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아버지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김씨가 제공한 수면제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검 당시 피해자의 위장 내에는 가루든 알약이든 많은 약을 복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의 고도 명정상태(운동 장애·혼수 상태 가능)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독립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살해 동기로 알려진 아버지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실제로 성추행 행위가 있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행 직전 김씨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면서 "시체 유기가 가능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범행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었는데 범행 직전 행적을 보면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동생들을 이용해 허위 진술을 교사하고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등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면서도 "이런 사정만으로는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3월7일 전남 완도군에서 수면제 약 30알을 양주에 섞어 이를 아버지 A씨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날 전남 완도군 정도리의 한 버스정류장에 아버지 A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있다.

김씨는 수사 단계에서 아버지 A씨가 자신과 동생을 성추행해 살해하기 위해 수면제를 양주에 탔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그는 재판 단계에서 앞선 자백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이후 이 사건이 재조명되자 재심을 신청했고 재심은 2015년 시작됐다.

다만 이번 재판은 1심에 대한 재심으로 검찰이 무죄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