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무안 여객기 참사 원인 분석"조류 충돌로 랜딩기어 고장? 직접적 연관성 낮아""1차 진입부터 랜딩기어 안 보여...기체 결함 가능성""랜딩기어 수동 작동 없었다...급박한 상황이었을 것""짧은 활주로 문제는 근거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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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군 장병들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무안=서성진 기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1차 원인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랜딩기어 미작동으로 비상착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피해를 키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조류 충돌이 국내에서 매년 평균 100여건이 발생할 정도로 흔한 데다 조류가 충돌한다고 해서 모두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랜딩기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을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30일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동차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랜딩기어가 이미 착륙 전부터 고장 났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단정하긴 어렵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 내용을 보면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하기 전인 1차 착륙 전에 내려왔어야 할 랜딩기어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사고 당시 왜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긴박한 상황에서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순 없었는지 등 사고 당시의 의문점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분석해봤다.Q1.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 고장 원인? … "연계 가능성 낮아"전문가들은 조류 충돌 때문에 랜딩기어가 고장났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송용규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현재까지 나온 영상을 보면 엔진 출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내려오는 상황"이라며 "조류 충돌 이후 양쪽 엔진 출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류가 충돌했다고 해서 곧바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랜딩기어는 기본적으로 유압 장치로 작동한다. 엔진에서 동력을 주면 항공기에 연결돼 있는 전기 장치를 통해 작동되는 원리다. 그런데 한쪽 엔진이 고장 난다고 기내 전원이 다 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항공업계에서는 전체 전원이 나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체 전원이 나갔기 때문에 랜딩기어도 저절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조류 충돌로 인해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날 수 있는지'에 대해 송용규 교수는 양쪽 엔진에 새떼가 유입됐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도 "오른쪽 엔진에 화염이 발생했지만 왼쪽에 엔진이 또 있다. 좌측 엔진도 오른쪽 엔진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
- ▲ 무안 여객기 참사 시간대별 상황 ⓒ황유정 디자이너
Q2. 랜딩기어 수동으로 내릴 수 없었나그렇다면 조종사가 왜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작동할 수 없었느냐다. 전체 전원 상실 등으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을 때 부기장이 수동으로 이를 조작할 수 있는데 사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할 때까지 랜딩기어가 작동되지 않았다. 부기장 조종석 뒤에는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는 레버가 있다. 수동 랜딩기어를 내릴 때는 보통 15초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항공과 교수들은 "실제로는 더 빨리 내려오는 편"이라고 말했다.송용규 교수는 "근본적인 의구심은 여객기는 꽤 높은 상공에서 미리 랜딩기어를 내려서 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객기는 최소 몇백미터 상공에서 미리 랜딩기어를 작동시킨 후 착륙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영상을 보면 버드 스트라이크 이전, 혹은 1차 활주로 진입 이전부터 랜딩기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송 교수는 지적했다.이휘영 교수는 "보잉737 기종은 랜딩기어 수동 작동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는 왜 수동 조작이 되지 않은 건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이 교수는 또 "여객기가 정상 착륙을 못하고 선회 후 반대편 활주로에서 진입했다"며 "이는 기내에서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충분한 거리나 고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급격히 하강하면서 랜딩기어 조차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터치 다운(착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어 "수동 랜딩기어를 작동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외벽 충돌 등 2·3차 충격과 폭발로 대규모 사상자가 난 것 같다"고 추정했다.Q3. 짧은 활주로 때문?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떠올랐다. 무안국제공항 제1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인천국제공항(약 4000m), 김포국제공항(약 3600m)보다 짧다. 다만 대구공항이나 청주공항(약 2700m)보다는 약간 길다.이 교수는 이에 대해 "결론적으로 근거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보잉 737은 활주로가 1200m만 넘어도 문제가 없는 기종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천·김포공항은 보잉737보다 2~3배 인원인 400~500명이 탑승 가능한 A380이나 보잉747 같은 최대형 항공기도 이·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활주로 길이가 다른 공항에 비해 긴 것"이라며 "무안공항의 경우는 보잉737 기종이 이·착륙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고 설명했다.송 교수도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활주로 길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송 교수는 "여객기 착륙 지점이 활주로 중간 부분이었다는 점과 착륙 끝 부분에 담 벼락이 있었다는 점은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송 교수는 "여객기가 활주로 초입부터 착륙했다면 그래도 속도가 약간은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콘크리트 둔덕 같은 충돌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면 사고 규모가 줄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바다 착륙 부분에 대해서는 지상 착륙이 더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바다 착륙하는 것도 상당한 리스크"라며 "속도가 있고 항공기 무게가 있기 때문에 물에 떨어지는 것도 표면장력 때문에 충격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도 "바다 착륙의 경우 파도나 바위, 수심 문제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 ▲ 꼬리만 남은 '제주항공 여객기' ⓒ서성진 기자
Q4. 국토부, 무리하게 국제선 정기 노선 도입했나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지난 8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다. 무안국제공항이 2007년 개항한 이래 처음으로 국제선 정기 노선 매일 운항을 시작했다. 무리하게 국제선 정기 노선을 도입한 건 아닌 지에 대한 질문에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항공사업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 뒤에 운항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수요에 따라 운항 계획을 조정하고 이에 따라 운항했다는 설명이다.이 교수도 "12월 7일까지 엑스트라 운항을 하다 8일부터 정기편으로 운항하게 됐다"며 "이는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는 1주일에 4번 방콕과 무안을 오가는데 그동안 얼마나 정기편들이 많았겠느냐"고 말했다.Q5. '플랩·스포일러' 등 다른 제동장치 작동 안 한 이유는착륙 바퀴인 랜딩기어로도 제어하지만 플랩(보조날개)으로도 가능하다. 플랩은 위아래로 보조날개를 열어 젖혀서 공기 저항을 가하는 장치다. 그런데 플랩은 물론 주날개에 장착된 제동 장치인 스포일러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이 교수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2차적으로 플랩에 의한 공기 저항에 따라 감속하게 되는데 기내 조종실에서 뭔가 또 다른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따라서 정부가 사고 여객기에서 회수한 '비행자료기록장치(FDR)'과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분석이 절실하다. FDR에는 항공기 고도와 속도 장치 작동 여부가 기록돼 있다. CVR에는 조종석에서 나누는 대화(기장-부기장-관제탑)가 다 녹음 돼 있어 사고 당시 경위를 파악할 수 있다.다만 이 장치들은 열에 견디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여객기 외관이 파손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심각한 고장이 났다면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통 여객기 사고 조사는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이보다 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국토부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따져볼 것"이라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 ▲ '제주항공 참사' 현장 수습하는 소방당국 ⓒ서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