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상황 장기화되면 하반기 추가 추경 필요"26조 추경안에 '중화권 시장 유치 사업' 포함문체부, 중국인 환대 부스 설치에 13억 원 편성 野 "전쟁 추경과 무슨 상관?" … 명분 흔들
  • ▲ 홍익표 정무수석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상황실 구성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시스
    ▲ 홍익표 정무수석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상황실 구성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시스
    청와대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올 하반기에 추가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중동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 목적으로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으나 상황에 따라 돈을 더 풀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추경안도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전쟁 추경'의 명분이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MBN 방송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나와 "앞으로 중동전쟁 상황이 몇 개월을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상황이 장기화하면 이번 추경 외에도 하반기에 추가적인 추경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고 피해가 큰 취약 계층을 지원하고자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상태다. 이 중 4조8000억 원은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0만~60만 원의 피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문제는 중동전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분야에도 예산이 편성된 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서 중화권 시장 유치 확대 사업에 306억 원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중국인 환대 부스 설치' 13억5000만 원, '중국인 짐 캐리 서비스 활성화' 5억 원 등이 포함됐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환영 분위기를 조성하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예비심사 검토보고서를 통해 "추경안의 편성 요건 중 '예측불가능성' 및 '시급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액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시 추경이 아니라 이쯤되면 셰셰(谢谢·감사합니다) 추경 아닌가"(김은혜 의원) "특정국 관광객 편의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퍼주기 예산"(김승수 의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TBS 운영 지원금에 편성된 50억 원도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심사위에서 TBS 지원 예산을 새롭게 추가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TBS는 한때 김어준 씨의 여권 편향적인 방송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방송사다. 국민의힘은 TBS 지원에 대해 "전쟁 추경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따져 물었지만 민주당은 민생 안정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경 편성이 추진되면서 '매표용 추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추경안에 포함된 영화, 공연, 숙박 할인 등 지원 사업을 두고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중동 전쟁 발발 전부터 "추경 기회가 생기면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던 점을 두고 '끼워 넣기 예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수석은 이번 추경안을 두고 '지방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중동전쟁을 일으킨 건 이재명 정부가 아니다"라면서 "만약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없었다면 유가는 이미 2200원 선을 넘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동전쟁 대응' 명분과 거리가 먼 사업이 추경안에 포함되면서 추가 추경이 현실화하면 다시 정치적 갈등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당장 이번 정부 추경안에서 목적에 맞지 않은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고유가로 직접 피해를 본 국민과 어려운 청년을 위한 생존 사업을 추경에 반드시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7일 이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예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 추가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경제 분야 전문가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돈을 잘못 풀면 오히려 특정 품목에 대한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추가 추경을 할 경우 단순히 소비쿠폰을 지급해 소비 촉진을 시킨다든지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중동전쟁 장기화의 충격이 민생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장 종전이 이뤄진다 해도 전쟁의 상처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경) 처리 기간을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실제 집행이다.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