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5·18 성역" 발언 논란에 결국 사퇴靑, 이병태 사퇴 권고 … 4개월 만 사실상 경질이혜훈·강준욱 이어 통합 인사 '잔혹사'국힘 "통합 포장했지만 드러난 건 진영 정치"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앞서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앞서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배재고 야구부 징계와 관련해 "5·18이 성역이 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청와대의 권고로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실용 인사 기조에 따라 이 전 부위원장을 임명한 지 4개월 만에 경질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통합·실용 인사 기조가 진영 논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공지를 통해 "이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했다"며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며 이 전 부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는데 반나절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 전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제가 이해한 저의 소임은 보수적 시각에서 정부의 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규제 개혁과 경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며 "문제의 발단이 된 배재고 응원 구호 관련 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에게 성역은 있다. 하지만 자신과 일부 집단의 성역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권력이 이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자유와 방종의 경계마저 권력과 집단이 자의적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스타벅스 가야지' 등의 응원 구호로 물의를 빚은 배재고 야구부가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자 "역사의 성역화로 어린 학생들의 장난에 가까운 일탈도 수용이 안 되고 어른들의 '정치'가 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에 빗대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이 전 부위원장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헌정 가치를 훼손했다"며 이 전 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청와대도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 전 부위원장에게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 전 부위원장은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전 부위원장은 그간 보수·우파 진영 논객으로서 명성을 이어왔다.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치매인가"라고 했다. 반일 여론이 확산하던 때에는 "친일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를 "타락한 정치권력 놀음"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전 부위원장 임명 당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는 "법률적 하자나 결격 사유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전 부위원장을 두둔했다. "사인으로서의 발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청와대는 "통합 실용 인사"라는 데 방점을 찍었고 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 ▲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 전 부위원장이 정권 기조와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청와대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자리에 물러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통합 인사 명분이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은 "실용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드러난 것은 진영 정치"라며 "기울어진 통합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역사를 성역화하고 다른 의견을 금기시하며 공직자까지 축출하는 정권은 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통합을 외치면서 숙청을 자행하는 정권의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통합 인사가 연이어 잡음을 일으키자 여권 일각에서도 외연 확장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치훈 민주당 부대변인은 채널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 나와 "이재명 정부가 보수 쪽 인사를 계속 (영입) 시도하고 있는데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도 실패했다. 김용남 국회의원 후보도 실패했고 이병태 부위원장도 어떻게 보면 실패한 케이스가 돼 버렸다"며 "이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보수 확장, 중도 확장이 실패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좀 신중하게 카드들을 검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통합 인사를 명분으로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을 지명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좌진 갑질 정황, 부동산 투기 등 의혹이 제기돼 결국 낙마했다. 지난해 7월 초대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에 임명된 강준욱 전 비서관은 보수·우파 진영 인사로 분류됐으나 12·3 비상계엄을 옹호한 사실이 밝혀져 임명 이틀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다만 이러한 사례를 통합·실용 인사 기조 자체의 실패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진영에서도 보편적인 역사 인식을 갖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권오을 국가보훈처 장관도 보수 진영 출신이지만 지금 잘 하고 있지 않나. 외연 확장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