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여당 탓, 입시 비리는 검찰 탓'불공정 아이콘' 된 정치인이 청년 훈계범여 진영에서조차 "무슨 일베냐" 지적
  • ▲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뉴데일리DB
    ▲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뉴데일리DB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때 많은 젊은이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그의 지적 능력의 '수준과 실체'와 관계없이 만화 영화에 나올 법한 풍모와 머리칼은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끌게 했다. 그러한 그의 모습은 현실 정치에서도 각광을 받는 듯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을 담근 뒤 커피잔을 들고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를 걷는 이미지에 취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호사다마일까. 그의 가슴을 할퀸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삶이었다. 그의 삶의 궤적은 그와 가족을 벼랑으로 내몰았고, 대한민국은 그의 '소멸'을 놓고 둘로 갈라졌다. 참혹한 시간을 거쳐 또다시 현실 정치로 돌아온 조국은 '살아 남는 방법'을 찾으려 몸부림쳤다. 그의 마지막 수단이 바로 경기 평택 재보궐 선거였다. 

    지난 6·3 재선거에서 3위에 그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선거 한 달여 만에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걸그룹 리센느 멤버의 '무섭노' 발언에 일베식 표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계기로 청년층의 언어 사용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조 전 대표는 청년층이 온라인상에서 사용하는 어미 '-노' 표현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오이자 잘못된 것'이라고 규정하며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전 대표의 이러한 훈계성 메시지는 도리어 세대 갈등만 부추기면서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좌파 진영에서 반복되는 '노무현 팔이'와 386 운동권 특유의 선민의식을 떠올리게 하면서 여론의 반감만 더 거세졌다.

    같은 범여권 진영에서도 조 전 대표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1988년생인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SNS에 "말에는 맥락이 있다"며 "누가 일베에 심취해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지, 이미 그 원의미를 상실한 채 보편화돼버린 말을 자연스레 쓰는 사람인지 어미 하나로만 감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조 전 대표가 외롭나. 불필요한 얘기를 해서 구설수에 오른다"며 "일상적인 사투리고 언어인데 그게 무슨 일베냐"고 했다.

    공교롭게도 청년층에 대한 '일베 몰이' 논란을 부른 조 전 대표의 발언은 그의 정치적 입지가 어느 때보다도 좁아진 시점에 나왔다.

    조 전 대표는 평택을 선거에서 3등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은 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또한 오는 25일 전당대회를 여는 조국혁신당은 앞으로도 '조국'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 여부를 두고 당명 개정에 고심하고 있다.

    한때 좌파 운동권의 상징적 인물로 꼽혔던 조 전 대표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도 갈수록 멀어지는 분위기다. 평택을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김용남 전 의원을 강하게 공격하면서 양당의 감정의 골도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지방선거 전 합당'을 꾸준히 주장해 온 박지원 의원마저도 조 전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조국이 양보하고 사퇴했어야 한다"며 범여권 연대가 무산된 책임은 조 전 대표에게도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조 전 대표는 선거 패인은 민주당에서, 청년층의 외면은 일베 문제로 돌리고 있다. 과연 그럴까. 많은 사람은 국민의 시선이 냉담한 진짜 이유를 "끝내 돌아보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찾는다. 

    조 전 대표는 과거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으며 자녀 입시 비리 사건으로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국보법 위반 전력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면서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녀 입시 비리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의 책임보다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운동권 세력이 정작 자신들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조 전 대표는 국민에게 '불공정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다. 특히 청년층은 노력과 원칙보다 배경과 진영 논리가 앞서는 현실에 깊은 허탈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조 전 대표는 수감 8개월 만에 이재명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뒤 정치적 책임을 성찰하기보다도 또 다른 갈등과 논쟁의 중심에 서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불공정과 내로남불 논란의 상징이 된 정치인이 청년들에게 말투를 훈계하는 모습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치인의 권위는 상대에게 자신도 지키지 못할 것을 가르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돌아보는 데서 나온다. 국민은 이미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조 전 대표를 평가했다. 평택을 선거의 '3등 기록'은 단순한 선거 패배가 아니라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결과일 수 있다.

    시대는 이미 달라졌다. 국민은, 특히 청년층은 더는 운동권의 이력을 우러러보지 않고 오히려 불공정을 일삼는 기득권으로 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에서 좌파 진영의 내로남불 논란과 공정·불공정 문제를 시대적 화두로 만든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정작 그 한복판에 있었던 당사자만이 아직도 그 변화를 읽지 못하는 듯하다. 그것이 국민이 조 전 대표를 외면하는 이유이며 평택 선거의 패배는 국민의 생각이 투영된 축소판이었다. 

    국민은 이제 묻고 있다. 조국 전 대표가 정치를 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대한민국 정치 무대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과연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