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 지역 비하 응원 논란 후폭풍일반 재학생들 외부 시선 우려에 사복 등교충암고 이어 반복된 학교명 낙인 논란전문가 "학교 전체 매도는 또 다른 문제"
  • ▲ 배재고등학교. ⓒ정상윤 기자
    ▲ 배재고등학교. ⓒ정상윤 기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지역 비하 응원 논란이 일반 재학생들의 사복 등교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 중 외친 응원 구호가 학교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확산되면서, 무관한 학생들까지 외부 시선을 의식해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등·하교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7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소재 배재고는 지난 3일부터 당분간 학생들이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등·하교하도록 안내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경기에서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지역 비하 논란을 부른 응원 구호를 외치면서 불거졌다.

    본지가 지난 6일 배재고 인근에서 만난 재학생들은 사복 등교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학교에서 사복을 입고 등교해도 된다고 해서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기숙사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사복이 많지 않아 교복을 입는 경우도 있고, 등교하는 친구들은 대체로 사복을 많이 입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이번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괜히 와서 해코지할 수도 있어 사복을 허용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학교 주변을 오가는 학생들 역시 대부분 사복 차림이었다.

  • ▲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응원 화환과 근조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 ⓒ뉴시스
    ▲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응원 화환과 근조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 ⓒ뉴시스
    ◆ 야구부 논란 후폭풍 … 학교 앞까지 번진 비난 여론

    배재고 야구부 논란은 경기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들이 광주일고 학생들을 향해 외친 응원 구호가 알려지면서 학교와 야구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논란은 학교 앞 상황으로도 번졌다. 지난 1일부터 배재고 정문 앞에는 야구부 학생들을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학생들을 응원하는 화환이 동시에 놓였다. 일부 화환에는 배재고를 강하게 비판하는 문구가 적혔고, 다른 화환에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취지의 문구가 담겼다.

    화환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통행 불편과 교육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강동구는 도로법상 불법 적치물 정비 규정에 따라 학교 앞 화환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학교 안팎의 논란이 커지면서 문제를 일으킨 야구부 학생뿐 아니라 일반 재학생들까지 외부 시선과 조롱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학교 측이 사복 등교를 허용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학생 보호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 충암고 때도 사복 허용 … 반복되는 '학교명 낙인'

    학교명 자체가 사회적 논란의 상징처럼 소비되면서 일반 학생들이 피해 우려를 떠안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충암고는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학생들에게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등교하도록 안내했다. 당시 충암고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모교라는 이유로 외부 관심과 비판이 집중되자, 학생 보호 차원에서 등교 복장을 임시 자율화했다.

    충암고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등하교 중 학생들이 성난 시민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신변에 위협을 느낄 경우 학교 또는 경찰에 알리고, 휴대전화 등으로 상황을 기록해달라는 안내도 함께 이뤄졌다.

    이번 배재고 사례 역시 논란의 성격은 다르지만 일부 구성원의 행동이 학교 전체 이미지로 번졌고, 이로 인해 무관한 재학생 보호 조치가 필요해졌다는 점에서 충암고 사례와 유사하다.
  • ▲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배재고의 모습. ⓒ정상윤 기자
    ▲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배재고의 모습. ⓒ정상윤 기자
    ◆ "일부 학생 문제로 학교 전체 매도해선 안 돼"

    전문가는 일부 학생들의 잘못이 학교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어떤 일이 있으면 그것을 집단으로 몰아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학교 측이 사복 등교를 권유하는 이유는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기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방 차원에서 조심하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부 학생들을 가지고 학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인터넷상에서 혐오나 차별, 폭력적인 언어를 쓰는 것은 이제 사회적으로 지양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지역 비하나 혐오 발언을 한 야구부 학생들도 잘못이 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똑같이 비하하고 매도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의 범위와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서로 비방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갈등은 지속되고 사회적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