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21대 국회서 논의만 수차례글로벌 기업 제품 출시 가시화에 놀란 국회, '규제가 시급'고민 없는 과세가 만든 합성니코틴의 시장 장악…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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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니코틴’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법 규제 테두리에 벗어나있는 데다 그 때문에 청소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회에서는 담배의 정의에 합성니코틴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 발의에 나섰다.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무언가 하나씩 이슈가 생길 때마다 곁가지처럼 따라오는 낡은 논제 중 하나다.불을 지핀 것은 BAT로스만스다. BAT로스만스는 이달 말 합성니코틴을 이용한 액상형 담배 ‘노마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BAT그룹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관련법상 합성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니코틴산 에스테르 등 화학물질을 원료로 만든 합성니코틴은 이 정의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일각에서는 법적인 허점을 노려 BAT로스만스가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마치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규제가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허점’이란 미처 인지하지 못해 틈이 생긴 구석을 말한다. 과연 합성니코틴 담배도 그러할까.합성니코틴을 담배의 정의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8년 전부터 있어왔다. 온라인 판매, 청소년 노출 우려 등이 거론될 때마다 담배사업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2016년 처음 액상형 전자담배의 관리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되고, 2019년 ‘쥴’이 국내 론칭하면서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아니, 이루어만 졌다.20·21대 국회까지 8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렇다 할 진전 없이 무의미한 도돌이표만 이어졌다. 20대는 21대로, 21대는 22대로 공을 넘기며 시간만 허비했다. 외양간을 고칠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냥 버려둔 셈이다.지난 8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외 11명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 역시 담배 정의를 확대하는 기존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합성니코틴을 법 규제 안에 넣고 관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부와 국회가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국회가 머뭇거리는 사이 시장은 변화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는 동안 한국 시장만 과거에 머물러있다.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고 공포되기까지는 또 시간이 필요하다. 과세형평성 등 논의해야할 부분도 많다.현재 ‘담배’로 분류되는 천연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1㎖당 1800원의 제세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통상 30㎖인 액상 한 병에만 5만4000원의 세금이 붙는다. 현재 2~3만원 대인 합성니코틴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실제로 2021년 과세가 시작되면서 천연 니코틴 액상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2020년 75% 수준이었던 천연니코틴 액상 비중은 과세 이듬해인 2022년 5%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 자리는 과세에서 빗겨간 합성니코틴이 차지했다.과세 논의에 대한 필요성은 바로 이 천연 니코틴 액상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세금을 피해 합성니코틴이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또다시 고민 없는 과세가 이뤄질 경우 법을 피하는 제2의 합성니코틴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때 다시 법을 개정한다면, 이번에는 또 몇 년이 걸릴까.지루하게 끌어온 합성니코틴과 관련된 법 개정은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 때가 됐다. 부디, 이번에는, 다음 발걸음을 내딛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