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학무기금지협약 즉시 가입해야"김정남 피살 에둘러 언급하며 北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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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 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남북 대표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과 관련해 설전을 벌였다.24일(현지시각) '미국의 소리'(VOA) 방송 보도에 따르면,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은 전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화학무기금지협약 미가입국인 4개국, 특히 북한이 전제 조건 없이 또 지체 없이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에 북한 대표는 "주권 국가의 자주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 식민지인 한국은 전략적 지위를 가진 조선(북한)의 상대가 아니며 핵무기 보유국에 훈계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북한 대표의 이런 답변에 이번에는 김 참사관이 반박권을 요청하며 설전이 벌어졌다.김 참사관은 "우리 모두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며 "어떤 누구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명확히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 북한이 자행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은 당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요원에 의해 신경 화학무기인 VX로 살해당했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기도 했다.김 참사관은 "그 비극적인 테러 공격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 중 하나를 며칠간 마비시켰다"며 "화학무기 암살은 정치적 투쟁을 위해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에 북한 대표는 "한국 대표가 북한을 상대로 대결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최근 한국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것은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발끈했다.그러자 김 참사관은 "당시 사건과 관련해 누가 했는지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라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했을 뿐"이라며 북한 측의 과도한 반응을 지적했다.일각에서는 김 참사관의 발언이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외적으로 김정남 살해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말려들도록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한편, 남북 대표는 지난 22일 회의에서도 논쟁을 벌였다.윤성미 한국 군축회의 대표가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군 파병을 비롯한 북러 군사협력과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비판하자 북한 대표가 이에 반박한 것이다.북한은 그간 제1회의에서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서는 부인한 적이 있지만 파병설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