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 대통령 일가의 '일탈'에 불편전직 대통령 경기도청 방문 유례 없어경기도청, 친문 인사 핵심 요직에 포진'文 딸' 다혜 씨, 음주운전 입건으로 구설이재명 과거 음주 150만 원 벌금형 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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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오후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부부가 산책하고 담화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청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 조성으로 갈길 바쁜 더불어민주당이 때아닌 '문재인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되면서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친명(친이재명)으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께서) 굳이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지지자들의 불만이 크다"며 "지금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김동연 지사를 찾아가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전선을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준다"고 우려했다.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경기도청을 깜짝 방문했다. 같은 날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 참석이 예정돼 있던 문 전 대통령이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김 지사를 찾은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문 전 대통령은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 지사와 4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경기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김 지사에게 "경기도가 비중이 가장 크니까 경기도가 방향을 바로 잡으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중앙정부가 다른 방향으로 갈 때 경기도가 가야 할 방향으로 선도하면 바람을 일으키고 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최근 경기도는 '친문(친문재인) 망명지'로 불릴 만큼 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지난 4월 총선을 기점으로 친명계에 '비명횡사'를 당했다고 평가받는 인사들을 김 지사가 스카우트해 온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8년 이 대표와 민주당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을 치른 전해철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이 있다.3선 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위촉장을 받고 "김 지사가 제안한 도정자문위원장직을 수락하고 함께 일하게 된 정치적 의미에 대해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전 위원장 이외에도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문재인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 선임행정관), 안정곤 경기도지사 비서실장(문재인 청와대 선임행정관), 신봉훈 경기도 정책실장(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등 경기도 핵심 요직에 친문 인사들이 배치됐다. -
- ▲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 씨. ⓒ페이스북 캡처
친명계는 잊히겠다던 문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가 거북하기만 하다. 특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특별 지시로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검찰 수사를 받는 문 전 대통령 사건을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한 상황에서 불만이 크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 문 전 대통령을 챙기는데 굳이 국감을 앞두고 정적인 김 지사를 찾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반면, 친문 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 대표가 당을 동원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을 그냥 놔두기 힘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탄압대책위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강하다.친문계로 불리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을 안 지켜줄 경우 야권 분열이 일어날 것을 친명은 우려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어떤 은혜를 베풀었다는 식의 말들을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불만을 털어놨다.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이슈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는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가 5일 새벽, 만취 음주운전(혈중 알콜농도 0.14%)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면허 취소 수준으로 다혜 씨는 뒤따라오는 택시와 부딪혔다.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라고 한 발언이 재소환됐다. 당 차원에서 다혜 씨 관련 검찰 수사를 돕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당황스럽기만 하다.게다가 음주운전 논란으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 대표의 음주 전과도 함께 소환되고 있다.이 대표는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혈중 알콜농도가 0.158%로 다혜 씨보다 더 높다. 당대표가 음주운전 하는데 다혜 씨의 음주운전이 대수겠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8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친명 인사들은 문 전 대통령이 미묘한 시기에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불편하다. 민주당이 당력을 총동원한 '탄핵 국감'을 준비했으나 문 전 대통령이 시작부터 재를 뿌렸다는 인식이 강하다.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윤석열 정권의 2년 6개월, 그 오만과 독선의 폭주를 끝장내고 무너진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 자유를 되찾겠다"며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부정·비리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는 '끝장 국감'을 하겠다"고 했다.'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에서도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전날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선거 못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면 도중에 끌어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 일가의 일탈이 불편하기만 하다. 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이미 최근에 문 전 대통령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한반도 2국가론'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친명 지지층은 강한 거부감을 표출해 온 상태다. 친문계는 오는 8일에도 임 전 실장을 노무현시민센터로 불러 통일 강연을 펼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미 임 전 실장의 구상에 '위헌적'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친명계 원외 인사는 "이 대표가 통합을 위해 문 전 대통령 포용 방침을 세웠지만, 지지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며 "지지자들의 (문 전 대통령) 탈당 여론이 거세지만, 지금은 단합이 필요한 때라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