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미발급, 지연이자 미지급 등 하도급법 위반 협의법원 "1심, 사실오인, 법리오해 아냐" … 검찰 항소 기각
  • ▲ 서울 종로구 소재 DL이앤씨 본사. ⓒ정상윤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DL이앤씨 본사. ⓒ정상윤 기자
    1300여 회에 걸쳐 법정기한 내에 하도급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기재사항을 누락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DL주식회사(구 대림산업)가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부장판사 최해일 최진숙 김정곤)는 6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DL 법인에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사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일부 혐의에 대해서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1심이 선해해 축소된 내용도 유죄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부분은 고발권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았고 공소장이 변경되지도 않았다"며 "증거도 없이 축소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월권"이라고 판단해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DL 법인은 2015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중소기업에 제조·건설을 위탁하면서 총 1300여 회에 걸쳐 하도급 계약서를 정해진 법정기한 안에 발급하지 않고 대금 지급 방법 등 계약서에 법정기재사항을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 640여 회 법정기간을 초과해 선급금을 지급하면서 1억2000만 원의 지연이자를 미지급한 혐의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어음 대체수단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제해 수수료 79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2015년 10월부터 2018년 7월까지는 총 55회의 원도급계약 대금 증액이 있었음에도 8900만 원의 추가 하도급 대금을 증액하지 않고, 추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법정기한이 지나 대금을 지급하면서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어음 대체 결제 수단을 이용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법정기간을 초과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할 때는 상환 기일까지 기간에 따른 수수료를 수급 사업장에 지급해야 함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8월 DL에 하도급 대금과 선급금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계약서 발급을 법정기한 안에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과징금 7억3500만 원을 부과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DL의 자진 시정, 제도 개선 등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5월 이 사건 피해 중소기업 수가 많다는 이유로 '제12차 의무고발요청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DL을 검찰에 고발할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고, 공정위는 6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검찰은 2022년 2월7일 DL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지난 1월 "대부분의 각 계약에서 직원들이 복잡하고 촘촘한 하도급법을 잘 알고 준수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 담당 직원은 착공 전까지 계약서에 서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착공일 전까지 서명 완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DL 법인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은 공소사실 중 △서면 기재사항 누락 714회 △선급금 지연이자 미지급 15회 △어음 대체 결제 수수료 미지급 409회 등 총 1138회와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고 면소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제249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하도급법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경우 공소시효는 5년이다. 또 어음 대체 결제 수수료 미지급 혐의 가운데 일부는 세금계산서 발행일, 하도급 대금 지연 내역란 등 내용을 알 수 없어 공소사실 특정이 어렵다고 보고 공소기각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