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ODA 등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 공개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현지서 외면우즈벡 수자원정보시스템 현지 특성 고려 안해몽골 헌재 정보화시스템 시스템만 덩그러니
  • 연간 4조 원이 넘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사용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수년간 혈세를 허투루 사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27일 'ODA 정보화 사업 등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KOICA의 19개 종료 사업 중 17개 사업은 정보시스템 내 일부 시스템·기능 미흡으로 수혜국의 활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조사나 ISP(정보화전략계획) 검토 미흡, 활용도를 파악할 수 없는 성과지표 설정 및 사후관리 미흡 등도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KOICA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캄보디아에 총 800만 달러(106억 원)를 투입해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 사업'을 실시했다.

    2016년 2월 외부 전문가와 함께 현지 기획 조사한 KOICA는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는 등 안일한 판단으로 사업을 강행했다.

    결국,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2020년 별도 지급결제시스템인 '바콩'(Bakong)을 구축했고, 시중은행들은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개발한 시스템을 선택했다.

    KOICA 시스템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해 2023년 기준 활용 사례가 6만6000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애초 예상했던 16억 건 대비 0.004% 수준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수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실하게 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KOICA는 우즈베키스탄 물 부족 해결을 위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700만 달러를 투입해 'ICT 기반의 수자원정보화 마스터플랜 수립 및 시설기반강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의 일환으로 KOICA는 사업 예정지에 신속·정확한 수자원 정보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수자원정보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 하천은 유사(流沙)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유사 등으로 하상 단면 변화가 잦은 곳은 유속을 현장에서 자주 측정한 후 '수위-유량 곡선'을 수시로 보정하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KOICA는 예산상 제약 등을 이유로 하천의 수위 측정만 자동화하고 유속 측정은 방치했다. 이 때문에 유량 파악을 위해 매번 수혜국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가 일일이 유속을 수동으로 확인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수위 측정과 유속 측정간 시간 격차가 발생해 사업 목표인 유량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400만 달러가 투입된 '몽골 헌법재판소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은 완료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관련 법·제도가 없어 활용도는 '0'인 상황이다.

    KOICA는 몽골 헌법재판소의 온라인 헌법재판 신청 및 정보검색 기능 등을 갖춘 '헌법재판소 정보화시스템'을 2019년 4월 구축 완료했다.

    몽골은 헌법 재판 처리의 전 과정이 구성원의 대면 참석을 통한 처리가 원칙이고, 법을 제·개정해야 온라인 헌법 재판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10월 기준 관련 법인 '헌법 재판에 관한 법' 등의 제정은 여전히 몽골 국회에 계류 중이다. KOICA는 현지에 법이나 제도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KOICA 이사장에게 사전타당성조사 시 수원국의 경제·환경적 요인 등을 면밀히 조사해 시스템 구축에 활용될 수 있도록 예비조사 규모 등의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구체적이며 측정 가능한 성과지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 사후관리 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번 감사는 ODA 사업 총괄기관인 국무조정실(국제개발협력위원회)과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 및 유상원조 주관기관인 기획재정부, 시행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과 한국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ODA란 정부 등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자금이나 기술협력 등의 원조를 의미한다.

    2023년 기준 ODA 예산은 4조7771억 원이다. 2022년 4조425억 원 대비 18.1% 증가하는 등 최근 5년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