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위쌈 알라위트 지휘관계급 훈장' 수여모로코 참전 용사, 70여 년 만에 발굴
  • ▲ 주한 모로코 대사관이 지난 30일 오후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모로코 국왕 즉위 25주년 기념식'을 열고 정기용 외교부 인도태평양 특별대표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모로코 대사로 재임할 당시 정 특별대표는 프랑스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모로코 참전용사'를 약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확인해 한·모로코 관계를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모로코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수여하는 우위쌈 알라위트 지휘관계급 훈장을 받았다. ⓒ조문정 기자
    ▲ 주한 모로코 대사관이 지난 30일 오후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모로코 국왕 즉위 25주년 기념식'을 열고 정기용 외교부 인도태평양 특별대표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모로코 대사로 재임할 당시 정 특별대표는 프랑스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모로코 참전용사'를 약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확인해 한·모로코 관계를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모로코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수여하는 우위쌈 알라위트 지휘관계급 훈장을 받았다. ⓒ조문정 기자
    모로코 대사를 지낸 정기용 외교부 인도·태평양 특별대표가 모로코 모하메드 6세 국왕으로부터 우위쌈 알라위트 지휘관계급 훈장을 수훈했다. 프랑스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모로코 참전용사'를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확인해 한·모로코 관계를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주한 모로코 대사관은 지난 30일 오후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모로코 국왕 즉위 25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정 특별대표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정 특별대표는 이날 기념연설에서 "대사로 재직하는 동안 저는 그간 잊혔던 중요한 한-모로코 간 공유된 역사의 한 장면을 발굴하는 특권을 누렸다"며 "이 영예는 제가 모로코 주재 대한민국 대사로 재임한 것에 대한 평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 두 위대한 국가 간의 지속적인 우정과 협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술탄 모하메드 5세의 포고령에 따라 8명의 모로코 군인이 한국전쟁 당시 국제 연합군(유엔군)과 함께 용감하게 싸웠다. 이러한 연대와 희생은 오늘날까지 우리 국민 간의 신뢰와 단결을 다지는 기반이 됐다. 그 결과 우리 정부로부터 파병국 중 하나로 공식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샤픽 라샤디 모로코 대사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공식 수교는 1962년) 모로코 군인들이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유엔 대대의 자발적 부대로 이 땅에 첫발을 내딛고 그중 일부는 전사해 부산의 유엔 묘지에 안장됐다"며 "최근 개최된 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모로코인들이 우리 우호국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윤석열 대통령께서 강조했다. 이러한 교감은 우리를 더욱 가깝게 하고 양국 관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용 대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로코 군인들을 확인하고 모로코-한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줬다. 그뿐만 아니라 이 주제에 관한 귀중한 책 '모로코-한국: 피를 나눈 형제'(Moroco-Korea: Blood Brothers)를 출판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헀다.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은 환영사에서 "모로코 참전 선생님들은 자신이 가장 빛나는 젊음과 가장 소중한 목숨을 낯선 땅, 낯선 국가인 한국 국민을 위해서 바쳤다. 한국은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모로코 참전 선생님들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분들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감사와 예우를 더 하는 국제보훈사업을 매개로 한국과 모로코 간의 우호와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 ▲ '모로코 6·25 참전용사'인 라스리 모하메드 씨의 딸인 프테탐 엘 아스리 씨 및 손녀(왼쪽), 그리고 정기용 당시 모로코 대사(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 ⓒ주한 모로코 대사관 제공
    ▲ '모로코 6·25 참전용사'인 라스리 모하메드 씨의 딸인 프테탐 엘 아스리 씨 및 손녀(왼쪽), 그리고 정기용 당시 모로코 대사(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 ⓒ주한 모로코 대사관 제공
    70여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모로코 참전용사 확인 작업은 지난 2012년에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모로코 측이 관련 자료 확인에 난색을 표해 1년 만에 중단됐다. 2021년 7월 모로코 대사로 부임한 정 특별대표는 엘렌 르 갈 당시 주모로코 프랑스 대사에게서 '6.25 참전 모로코인 자료가 식민 종주국이었던 프랑스에 존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작업을 재개했다.

    정 특별대표는 2022년 6월 언론 기고글에서 "소프트파워가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 양국을 묶는 스토리와 맥락이 필요하다"며 "양측 모두 이민족 지배의 아픔을 겪은 동병상련을 의미 있는 협력 사업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양국의 이런 문화적 연결 고리가 점차 오랜 정으로 전환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승수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정 특별대표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프랑스군 47명의 명단에 주목했다. 그는 '라스리 모하메드'와 '지안 줄리앙' 등 아랍계로 보이는 2명의 이름을 추려 르 갈 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라스리 모하메드 씨는 1951년 3월 원주 근처에 중동부 전선을 지키다 가슴에 치명상을 입고 전사했고, 지안 줄리앙 씨는 정전협정이 임박한 1953년 7월에 전사했다. 프랑스 참전용사및전쟁피해자사무처(ONACVG)의 협조로 2022년 9월 프랑스 군사기록원에 남아 있는 기록물 등을 확보해 다른 참전용사 6명까지 총 8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정 특별대표는 참전용사 가족찾기에도 적극 나섰다. 2022년 12월 윤종진 당시 보훈처(현 국가보훈부) 차장의 모로코 현지 방문을 계기로 국가보훈부와 모로코 보훈처도 나섰다. 그 결과 2023년 6월 라스리 모하메드 씨의 딸 프테탐 엘 아스리(81) 씨와 손녀를 찾아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라스리 씨의 병적 상 이름이 실제 이름(무흐 벤카두르 엘 아스리)과 달랐고 유족들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소재 파악도 어려웠다. 가족관계를 확인할 단서는 프테탐 씨가 가진 아버지의 군복 입은 사진이 유일했다.

    부친의 참전 당시 겨우 4살이었던 프테탐 씨는 "입대한 뒤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며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준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11월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딸과 함께 부산 유엔공원을 찾아 아버지 묘역에 참배했다.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 22개 참전국16개 전투지원국 및 6개 의료지원국)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군대에 소속돼 참전한 모로코 등 배속국 참전용사를 보훈외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