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의 탈북과 네 번의 강제북송 기록증언자들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다수 수록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278쪽, 정가 2만 원
  • ▲ 북한탈출기.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 북한탈출기.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뭐요? 북조선인은 난민이 아니니까 강제송환한다고요?"
    "한국에는 참다운 외교관이 한 사람도 없는 듯 부끄러워."

    중국에서 4차례의 강제북송(강제송환)을 거쳐 2012년 10월 한국에 입국한 최민경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대표가 최근 '북한탈출기'를 발간했다.

    함경북도 경원군 출신인 최 대표(1972년생)는 2016년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한 인권을 위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와 국제여성인권대회에 참석해 북한 내 여성 수감시설과 북한 여성인권에 대해 최초로 외신에 증언한 북한인권운동가다.

    최 대표는 1997년 12월 첫 탈북해 2000년 4월 강제북송, 2000년 6월 두 번째 탈북해 2002년 6월 강제북송, 2002년 9월 세 번째 탈북해 2004년 5월 강제북송, 2004년 12월 네 번째 탈북해 2008년 7월 강제북송을 거쳐 2012년 1월 다섯 번째 탈북 끝에 같은 해 10월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탈출기에는 최 대표의 탈북·강제북송의 역사가 담겨 있다. 2008년 7월 중국 연변에서 그를 포함한 탈북자 34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됐을 때의 얘기다. 그중 28명이 죽고 6명이 살아남았다. 최 대표는 그 생존자 중 하나다. 최 대표는 "6명의 생존자 중 4명은 한국에 와서 재회했으나 2명은 아직도 소식조차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탈북민이 강제 북송되면 북한의 보위부 또는 안전원들이 굶주린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든다. 공무집행이 아니라 금품 탈취가 목적이다. 대부분 탈북민의 경우 중국에서 체포됐을 때 약간의 중국 돈을 소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살기 위한 비상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보위부 지도원 3명이 줄을 선 순서로 몸 검사를 시작한다. 입고 있는 옷을 완전히 벗게 하고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자궁 검사, 항문 검사, 입안 검사는 물론 다리 벌리고 앉았다 일어났다(북한에서는 '뽐부'라고 함)를 30~50회 시킨다"며 "몸 검사를 할 때는 여자 보위부 지도원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수감자에게 다리를 벌리게 하고 책상을 짚고 서게 하거나 바닥을 짚고 서게 한 다음 자궁에 손가락을 넣어 샅샅이 훑어 검사하는데 제일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고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일행 34명 중 박○○이라는 언니가 있었다. 이 언니는 공교롭게도 몸 검사할 때 생리 중이었다. 이 언니는 옷 짐을 샅샅이 검사하니까 옷 짐에 감춰뒀던 중국 돈 500위안을 비닐에 똘똘 말아 자궁에 감추고 나왔었다. 설마 생리하는데 자궁까지 검사할까 했지만 발각돼 너무나도 혹독하게 맞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해 임신했다'고 진술한 임산부는 강제낙태를 당했다고 한다. 그는 "구류장 계호가 '중국 개종자를 임신해서 왔다'며 그 임산부의 배를 발로 차 버린 탓"이라고 회상했다. 

    최 대표는 강제 북송돼 전거리 12호 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2009년 12월 당시 산 채로 시체실에 버려지기도 했다. 여자 계호(교도관)가 살 가망성이 없었다고 판단해 "죽었으니 시체실에 버리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북한 인권백서 2013년도 판 94페이지에도 생생히 기록돼 있다.
  • ▲ 최민경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대표가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강남임마누엘 교회에서 '북한탈출기' 북콘서트를 열었다. ⓒ조문정 기자
    ▲ 최민경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대표가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강남임마누엘 교회에서 '북한탈출기' 북콘서트를 열었다. ⓒ조문정 기자
    네 번의 강제북송과 인권유린은 최 대표를 북한인권운동가로 변모하게 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현재 북한 내 고문이나 대규모 인권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기에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며 "중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중국이 가입한 국제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정치적 이유로 피난을 요구하는 외국인에 대해 보호받을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헌법 제32조 제2항)는 중국 국내법도 있다.

    최 대표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국가를 자유롭게 출국 및 입국할 수 있다'는 세계 인권선언 제13조와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타국으로 피난할 수 있다'는 제14조에 근거해 모든 국제 인권협약은 본국에 강제송환 됐을 때 체벌은 고사하고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난민 지위 여부와는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강제송환 금지 규정을 위배한 나라는 지금까지 오직 중국뿐이다. 이 조문과 관계없는 '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제송환 한다'는 말은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이것은 중국 정부의 인류 양심에 대한 반항 행위"라며 외교부를 향해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에 한번도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는 참다운 외교관이 한 사람도 없는 듯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중국에 정정당당하게 큰 소리로 항의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있다"며 "중국이 불응할 때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탈북동포 강제송환 금지는 북한 정권에는 군사적 또는 경제적 그 어떠한 군사적 또는 경제적 제재보다 월등히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탈출기는 ▲탈북 배경 ▲탈북과정(첫 번째~다섯 번째) ▲중국에서의 생활 ▲중국에서의 강제인신매매 ▲중국에서 체포 그리고 구류장 ▲강제북송 및 예심 ▲강제낙태 ▲북한집결소, 노동단련대 ▲회령 전거리 12호교화소 ▲나는 시체실에서 살아 나왔다 ▲기적의 하나님을 만나다 ▲대한민국 국민이 된 감격 ▲살아남은 자로서의 사명 등 13개 장(章)으로 구성됐다. 부록으로는 증언자들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체포과정, 구금시설, 구금학대, 시체처리, 전 북한 국경 경비대원 김성철의 증언, 중국 정부의 어이없는 핑계, 구금시설 및 운영 남북비교)를 제공한다.

    현재 북한탈출기는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