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논란에 중단된 제평위, '부활' 조짐또 불공정 … 인터넷신문 대변 단체 사라져'좌 성향' 단체 추가 … 정치적 불균형 우려法 "포털제평위, 객관성·독립성 보장 안돼"
  • ▲ 네이버 사옥 앞에서 한 시민이
    ▲ 네이버 사옥 앞에서 한 시민이 "네이버 대신 구글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포털 뉴스 생태계'에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7년간 '포털 입점' 심사를 주관하며 언론계의 '옥상옥(屋上屋)'으로 군림하다 활동을 중단했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사실상 언론이 포털에 '예속'된 상황에서 언론사와 양대 포털의 뉴스제휴 여부를 결정하는 제평위의 재등장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관건은 향후 발족할 '제평위 2.0'이 어떤 인물과 단체들로 구성되느냐는 점이다.

    2015년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제휴 업무를 공정하게 하겠다는 명분으로 설립한 제평위는 매년 상·하반기 '뉴스 입점' 심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제휴매체를 대상으로는 제재 심사를 해왔다.

    그러나 제평위가 운영되는 동안 뉴스 입점 심사 및 퇴출을 놓고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심사 시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됐고, 특정 단체의 추천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제평위원들이 포진돼 반대 성향 매체들의 '포털 진입 장벽'만 높아졌다는 성토도 나왔다.

    특히 지난해 3월 제7기 제평위 임기가 종료된 후 8기 출범을 앞두고, 제평위원 추천단체를 기존 15곳에서 18곳으로 확대하는 '제평위 2.0'안이 나오자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보수 진영에선 '사실상 좌파 성향이 강한 단체들이 늘어나 포털의 좌경화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며 제평위 2.0안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좌편향된 제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기존 입점 언론사의 기득권만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제평위 사무국은 지난해 5월 22일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제평위 재구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뉴스혁신포럼'을 출범시켰다.

    뉴스혁신포럼은 출범 당시 "올해 1분기 내에 제평위 2.0 출범을 위한 구성 및 운영 방식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총선 및 의견 수렴 등으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지난달이 돼서야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회의에서 제평위를 재개하기 위한 준비위원회 발족 안건 등을 논의한 뉴스혁신포럼은 지난 22일 회의에서 제평위 참여단체를 기존 15곳에서 10곳으로 줄이고, '뉴스알고리즘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각 단체에서 2명씩 추천해 총 30명의 제평위원을 선발하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참여단체들이 100~200명 규모의 풀단을 구성해 일종의 '시민 심사위원단'을 꾸리는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안의 골자는, 새로 출범하는 제평위는 사무국의 역할만 수행하고 가장 중요한 뉴스제휴 심사는 '심사위원 풀'에 맡긴다는 것.

    뉴스혁신포럼은 기존 15개 추천단체 가운데 ▲한국온라인신문협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언론인권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퇴출시키고, ▲한국방송학회와 ▲지역언론학회를 추가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의 내용이 알려지자 언론계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뉴스혁신포럼이 고안한 제평위 2.0 명단에 인터넷신문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 2곳이 사라짐에 따라 향후 인터넷신문에 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데다, 연합뉴스TV와 YTN이 주도해 온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추천권마저 박탈돼 케이블방송의 입지도 좁아질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MBC 노동조합(3노조, 공동비대위원장 오정환·강명일)은 지난 24일 배포한 성명에서 "언론학자들의 수가 한정적인데도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지역언론학회까지 3곳에 추천권을 주는 것은 추천권 몰아주기 현상을 유발한다"며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이 빠지고 좌파 성향이 강한 YWCA·한국소비자연맹은 존치되는 등 불공정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굳이 개편의 의도를 해석한다면 중복 대표가 되는 단체들을 없애고 대표성을 단순 명료화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제일 중요한 기준인 좌우 언론의 균형성이 현저히 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터넷 언론단체 가운데 인터넷신문위원회와 한국온라인신문협회가 빠지고, 연합뉴스TV와 YTN 등 케이블 언론사들에 아예 대표성을 주지 않는다는 결정은 이들의 뉴스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현직 언론인 단체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도 "제평위가 여전히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총은 같은 날 배포한 성명에서 "당초 네이버가 제평위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을 접하고, 대선 전 가짜뉴스를 퍼뜨린 뉴스타파를 퇴출하는 등 포털 뉴스의 공정성과 입점 심사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기대했으나, 추천단체 구성에 관한 네이버의 안이 알려지면서 우리는 결국 경악하고 실망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언총은 "포털 뉴스의 공정성을 회복하려면 정치 편향성을 극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포털이 서비스하는 뉴스 미디어의 좌편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뉴스 미디어의 출입을 통제하는 제평위의 공정한 구성이 사활적인 중요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평위 추천단체 구성에서 좌편향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어떻게 뉴스의 공정성을 담보해 낼 수 있을 것인가"라고 따져 물은 언총은 "▲언론 현업인 ▲수용자 ▲인터넷신문 ▲케이블방송의 대표성을 보완하고, 정치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평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1년 네이버로부터 뉴스검색제휴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후 '효력정지가처분'을 내 이듬해 승소한 인세영 파이낸스투데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의뢰에 의해 선임·구성되고 네이버와 카카오의 비용으로 운영되며, 평가위원의 선임 기준, 절차 등에 있어 객관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명문의 규정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네이버는 제평위를 통한 심사가 중재기관을 통해 판단받는 중재계약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나, 객관성과 독립성에 있어 중재기관과 제평위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인 대표는 "또한 재판부는 '제평위의 심사 배점 기준은 정량평가 20점, 정성평가 80점으로 정성평가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정성평가의 심사항목도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배점 기준 역시 재량의 폭이 상당히 넓어 심사위원 개개인의 주관적·자의적 판단이 작용될 여지가 크다'며 '과연 위원들이 단기간에 각 개별 항목에 관해 적정한 평가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인 대표는 "즉 네이버의 돈으로 운영되는 외부 제평위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고, 그 객관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제평위는 앞으로 언론 매체를 마음대로 퇴출시킬 수 없고, 입점 심사 역시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포털이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자문기구 형태로 제평위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언론계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뉴스혁신포럼이 논의 중인 제평위 2.0은 이전의 제평위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제정 및 관리를 전담하는 위원회'와 '심사를 진행하는 풀단의 분리'라는 형식상의 변경에 불과하다"며 "좌편향된 언론 지형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계속해서 제평위를 장악하는 한, 포털 뉴스의 편향성 극복은 요원한 숙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포털과 언론의 상호 제휴 문제를 애매모호한 민간기구에 맡기는 것보다는 포털사업자 자체 시스템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자체적으로 심사·평가하고 제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공정한 언론 지형 형성에 유리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