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초상화-마르크스·레닌과 마주 보는 구도
-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21일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한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 위원장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 준공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김 씨 일가' 3대 초상화가 나란히 걸린 것이 북한 관영매체에 처음으로 포착됐다.22일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김정은이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하며 다수의 사진을 공개했다.해당 사진에는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과 학교 교실 칠판 위에 김정은의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은의 중앙간부학교 완공 현장 방문 사진에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만 포착됐다.당시 보도에는 혁명사적관 맞은편인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건물 외벽에는 사회주의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설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
-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번 보도를 통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김 씨 일가의 초상화가 마르크스·레닌 초상화와 마주 보고 있는 구도로 배치된 것이 확인됐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 같은 초상화 정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계승 발전시켜온 주체사상, 선군사상, 김일성-김정일 주의화, 4대 세습 직전에 '김정은 주의'까지 가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며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정통성,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보여주고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의 반열에 올랐다는 위상 강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 "단지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개인주의, 우상화, 세습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정은은 이날 준공식 기념연설에서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세계적인 학원으로 건설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기관의 면모를 일신하는 사업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주의당의 명맥과 백전백승의 향도력을 천추만대로 이어나가기 위한 최중대사"라고 말했다.이어 "누구든지 여기에 와보면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그 절대적인 집권력과 영도력이 어떻게 영구화되는가 하는 데 대한 명백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 창건 위업을 완수한 1세대 혁명가들의 이상과 신념,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 간부들의 첫째 가는 혁명 과업"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우리 당 건설의 현 단계와 전망적 발전에 있어서, 당의 투쟁강령을 실현함에 있어서 가장 절박하고도 중핵적인 과제는 간부들의 당성, 혁명성, 인민성을 3대 필수적 기질로 철저히 확립하고 제고하는 것"이라며 '창당의 이념과 정신을 계승해 새시대 당 건설의 위대한 전성기를 열어 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했다.김정은이 구호로 제시한 '새시대 당 건설' 노선은 김정은이 제시한 이론 체계로 2022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책정됐다. 향후 중앙간부학교에서 '새시대 당 건설' 노선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통신은 김정은이 준공식에서 중앙간부학교가 교육사업에서 견지해야 할 중요원칙을 밝히고 각급 당간부양성기관의 교육사업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편향을 분석해 교육사업을 시대와 혁명 발전의 요구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을 천명했다고 전했다. -
-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는 당 간부를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최고 교육기관이다. 2020년 2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관료주의·부정부패로 비판받으며 해산된 '김일성고급당학교'의 후신이다.북한은 '선진적이고 현대적인 정치학원'을 새로 건설하겠다며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새 캠퍼스 착공에 돌입했다.김정은은 올해 3월 중앙간부학교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지난 15일 완공되자 재방문해 현장 지도에 나선 데 이어 약 일주일 뒤인 21일 준공식에 참석했다.준공식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 조용원 당 조직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일환·김재룡·박태성 당 비서 등도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