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 올라… 형 임종훈 한미약품 대표이사 유력임종윤·종훈 형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언론과 접촉 피하는 모습상속세 재원·1조원 투자유치에 글로벌 사모펀드 연계설 등 명확한 입장 필요OCI그룹과 통합 추진에 '소통 부재' 지적할 때와 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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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놓고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지분 경쟁 끝에 승리한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일선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랐고 추후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도 대표이사에 오를 공산이 크다.하지만 이들이 대표이사 복귀에만 관심이 있고 소통에 소홀한 듯한 인상을 보여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는 속담이 떠오르게 한다.지난 4일은 치열한 지분 경쟁 끝에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승리한 이후 처음으로 이사회가 열린 날이다.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한 임종윤·종훈 형제 중 누가 대표이사에 오르는 지는 물론, 이들 형제 앞에 산적한 과제들에 대해 미래 지향적인 아젠다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이뿐만 아니라 이들 형제의 입에 높은 관심이 쏟아지게 한 배경은 또 있다.최근 임종윤·종훈 형제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 베인캐피탈 등과 접촉하며 투자협력안을 협상 중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가 형제와 형제의 사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비싸게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고 형제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사실상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과 다름없는 사안임에도 형제 측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모른다”고 일관되게 답변해 왔다.임종윤·종훈 형제가 지난 1월12일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대주주인 자신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추진한 뒤 발표했다며 반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느껴진다.당시 형제는 “주주, 임직원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한 것은 잘못됐다”며 “창업회장이 작고한 이후 지난 3년간 이런 식의 일방적인 결정이 빈번하게 이뤄졌고 한미약품그룹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하지만 형제들로부터 메시지를 들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어긋났다.일부 언론에서 회사로 출근하는 형제들에게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일찌감치 한미약품 서울 본사에서 대기하며 회사 측에 형제의 출근 여부, 출근 시간을 확인했지만 회사 측은 ‘잘 모르겠다’로 답변하다 ‘오전 7시경 출근했다’고 확인시켜 줬다.추후 확인 결과 임종윤 사장은 오전 7시40분, 임종훈 사장은 오전 8시경 회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들 형제가 언론의 눈을 피한 정황이 드러났다.이사회가 끝난 후에도 형제들은 마치 ‘007작전’을 펼치듯 눈치싸움을 벌이며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이사회가 11시45분경 종료된 뒤에도 형제들은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임종윤 사장은 점심시간으로 인파가 붐비고 기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회사를 빠져나갔다. 임종훈 대표는 저녁 9시가 돼서야 회사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정기 주총 이전에 공언했던 R&D 투자금 1조원 유치를 누구로부터 언제, 어떻게 해 올 것인지, 또 글로벌 사모펀드와 연계설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이들 형제로부터 들어야 할 말은 쌓여 있다.불리했을 때에는 소통 부재를 비판하더니 유리해지니 입장이 달라진 건 아닌지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다.임종윤 사장이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소개했던 가수 시인과 촌장의 ‘풍경’ 가사에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부분이 있다. 임종윤 사장의 제자리는 이런 모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