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는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vs 장남은 계열사 대표 경찰 고소'주변인' 신동국 회장은 1대주주 등극직원·주주도 1월부터 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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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약품.ⓒ정상윤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놓고 모녀와 형제간 갈등이 극에 치달으며 서로에 대한 비방과 선전이 난무하고 있다.여기에 올초만 해도 창업주 고 임성기 선대회장의 절친한 고향 후배로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정기주총에서 형제를, 지난 7월에는 모녀를 지지하며 가족간 화합에 기여하겠다는 일성과 달리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도 받고 있다.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1대주주에 올랐다. 한양정밀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으로부터 사들인 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은 18.92%의 지분율로 모녀의 지분율 합(15.86%)보다도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성기 회장의 '신약개발' 의지를 누가 더 잘 계승할 수 있는 것인지를 놓고 경쟁했다면 이제는 이러한 모토는 사라진 채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만 남았다.신동국-송영숙-임주현 대주주연합은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지만 답변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4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을 위한 허가를 신청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이 열린 지 6개월만에 주총을 다시 열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최근 한미약품 대표이사 등극에 실패하며 궁지에 몰린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도 모녀 측 인물로 평가받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송파경찰서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여기에 임종윤 이사는 행동주의 펀드와 연합,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통한 이사진 해임, 제3 기관을 통한 감사, 주식 공개매수 등의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사실상 모든 수단을 동원할 뜻을 내비쳤다.모녀도 지난 5일 급히 중국 자회사 북경한미약품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임종윤 이사가 제기한 북경한미약품 동사장(대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임종윤 이사는 박재현 대표가 북경한미약품 동사회(이사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수 차례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으로 임명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이처럼 오너일가가 '이전투구'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음에도 한미약품은 국내 '빅5' 제약사 중 가장 탄탄한 실적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하다.결국 지금의 한미약품그룹을 지탱하고 있는 이들은 저 위에 있는 오너일가가 아닌 묵묵히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제 기능을 못하는 오너일가의 무용론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한미약품그룹 내부 직원들도 1월부터 발발된 경영권 분쟁 상황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한미약품그룹에서 일하는 A씨는 "아무리 그래도 대표를 경찰 고소하는 게 맞냐"고 반문했다. 다른 직원 B씨는 "경영권 분쟁 이후 주변의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나갔다"면서 "누가 이기든 하루빨리 상황이 정리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주주 사이에서도 '뉴스만 나오면 주가가 떨어지네' '모녀든 형제든 다 바꾸고 전문경영인 들여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신동국 회장을 제외하더라도 모녀와 형제는 특수관계인까지 지분을 모두 더하면 58.28%의 지분율로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화해하고 미래를 도모한다면 외부의 압력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지분이다.한때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마다 한자리에 모여 고 임성기 회장을 추모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 모녀와 형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 기회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