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92조 "본회의 보고 후 부결된 안건은 회기중 재발의 못해" 규정민주당 "보고된 적 없다" 탄핵안 철회… "11월30일~12월1일 재발의"국민의힘 "일사부재의 원칙 무시한 꼼수… 탄핵에 눈 멀어 국회법 무시"
  •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표결이 무산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하지 못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지만, 국회 사무처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장께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발의된 탄핵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당론으로 채택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으면 폐기된다. 

    당초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방송3법'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만큼 본회의는 오는 13일까지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은 이 기간 내에 탄핵안 표결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동관 구하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면서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았다. "국가기관인 방통위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서"(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이유였다. 

    결국 '노란봉투법·방송3법'이 통과되면서 본회의가 종료돼 탄핵안 표결은 무산됐다.    

    문제는 민주당이 탄핵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발생했다. 국회법 92조는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보고된 뒤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고 봤다. 따라서 탄핵안 재추진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국회법 해설서에도 '폐기된 안건은 재의할 수 없다'고 돼있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안을 철회한 뒤 재발의할 경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의제로 정식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제가 된 의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국회 의사국도 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은 보고만 됐다. 

    국회법 90조 2항에 따르면, 의원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 또는 동의를 철회할 경우 본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순간 의제로서 효력이 생겼기 때문에 철회하려면 본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민주당과 국회 의사국은 상정이 아닌 보고된 의안이기 때문에 곧바로 철회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방금 전 민주당은 어제 제출한 탄핵안에 대해 철회서를 제출하고 왔다. 아무 문제 없이 철회서 접수가 완료됐다"며 오는 30일 혹은 12월1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 
  •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은 의사국이 편향됐다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민주당과) 국회 사무처가 짬짜미해서 불법부당하게 해석하고 국회법의 근간이 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사국이 편향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윤 원내대표는 "우리 당 입장에서는 편향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사국에 항의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에 눈이 멀어 국회법까지 무시하고 있다"며 "무도한 탄핵 시도가 불발로 끝나자 방송통신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저의를 버리지 않고 국회 사무처까지 끌어들여 법률 해석까지 입맛대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어제 본회의에 보고된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되는 순간 일정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고 그 자체로 의제가 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를 철회하려면 국회법 제90조 제2항에 따라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온갖 꼼수까지 동원해 이를 철회시키고 재발의하려는 것을 보면 일사부재의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는 것 같다"며 "민주당과 국회 사무처의 불법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