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SNS'하더니 尹 1심 재판엔 침묵'사법 절차 개입' 오해 가능성 차단 포석 지선 앞두고 우파 지지층 자극 피하는 듯靑 "모든 일에 입장 내지 않아 … 지선과 무관"
  •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활발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던 모습과 상반된다. 

    이를 두고 사법 절차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과 함께 6·3 지방선거를 10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보수·우파 지지층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경계한 행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윤 전 대통령의 1심 결과가 나온 이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나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재판 결과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반응을 묻자 "청와대 입장이라든가 반응은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답했다.

    통상 대통령과 청와대가 개별 사건에 일일이 견해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재판은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중형 선고라는 상징성과 정치적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일반 사건과 무게감이 다르다.

    이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이 서로에게 최대 정적이었던 것과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실시된 조기 대선으로 이 대통령이 집권하게 된 점도 정치적 함의가 남다르다. 이 대통령이 최소한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더라도 무리가 있는 일은 아닌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최근 SNS를 통해 부동산, 설탕 부담금, 스캠 범죄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활발하게 내놓은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침묵은 더욱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열흘 동안 하루에 두 번 꼴로 X(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날만 해도 X에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방안 검토 지시 소식과 과로에 노출된 청와대 직원을 격려하는 글을 썼다.

    설 연휴 기간에도 이 대통령의 X는 쉴 틈이 없었다. 부동산 관련 글 5건을 올리는 등 '폭풍 SNS'를 하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주택자를 놓고 이 대통령과 공방을 벌이던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주신 SNS 질문에 답하느라 이번 설은 차례도 못 지내고 과로사 할 뻔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민생 관련 정책 분야가 대부분"이라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청와대나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1심 결과를 "미흡한 판결"로 규정하고 사법부를 공격했다. 정청래 대표는 "조희대 사법부가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에게 재판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의 무기징역에 만족감을 드러내면 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을 것이다. 불만을 표하면 사법 절차에 관여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X에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인정된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썼다가 국민의힘으로부터 "사법부 압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중도층의 이탈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사법부 판단에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하면 국민의힘에 공격의 빌미를 줘 보수·우파 지지층 결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에 왈가왈부하면 삼권분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사법 절차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당장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이 사법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말이 나오는 등 온갖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얘기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면 보수 지지층의 반발이 커질 것을 알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굳이 사법부 판단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침묵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는 시각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수장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선거 관여 소지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며 "SNS 게시 여부와 같은 개인적 판단 영역을 선거 전략과 결부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의식해 윤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며 "대통령이 모든 사건에 일일이 입장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란 재판 결과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책임 있게 할 것이며 SNS를 통해 할 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