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의원 70여 명, 대통령 시정연설 앞두고 국회서 침묵시위 '국민을 두려워하라' '민생경제 우선' '국정기조 전환' 피켓 들고 기다려대통령 등장하자 "보고 가" 고함… 野 의원들, 악수 거부하거나 앉아서 해
  •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장외 침묵시위를 벌였다. 여야는 이번 시정연설을 앞두고 야유나 피켓시위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신사협정을 맺었으나, 민주당의 침묵시위로 사실상 파기됐다.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및 의원 70여 명은 31일 오전 9시20분쯤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을 두려워하라' '민생경제 우선' '민생이 우선이다' '국정기조 전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는 별도의 모두발언이나 육성 항의 없이 진행됐다.   

    이들은 로텐더홀에서 윤 대통령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자 의원들 사이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한 장관이 피켓시위를 바라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본회의장으로 향하자 의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고, 분노를 참지 못한 어느 의원은 "에이, 자식이"라고 소리쳤다.

    이어 9시41분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을 들며 "여기 한번 보고 가세요" "윤석열 대통령님 민생예산 복구하세요" "보고 가"라고 윤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본회의장으로 가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당초 이들이 계획했던 '침묵시위'도 몇몇 의원들이 고성을 질러 사실상 무산됐다.

    침묵시위는 윤 대통령이 환담장으로 향하며 종료됐다. 지난 24일 여야 원내대표는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본회의장 안에서 야유나 피켓 부착 등의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민주당이 장외에서 침묵시위를 진행하며 신사협정은 무용지물이 됐다.

    잠시 후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은 악수를 청하는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거나 마지못해 악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할 때는 관례적으로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고,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며 입장한다. 하지만 민주당 몇몇 의원은 악수를 거부하거나 앉아서 대통령을 맞이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과 시선 교환은 물론 악수마저 거부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앉아서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무례하다" "일어나라"고 항의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 중에도 국민의힘 의석에서만 중간중간 박수가 터져 나올 뿐, 민주당 의석은 윤 대통령이 퇴장하는 순간까지 박수 없이 침묵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직후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할 때, 민주당 내 강경파 초선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시정연설 이후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렇게 화답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밝혔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논평에서 "당면한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과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그리고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한마디로 맹탕 연설"이라고 비난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신사협정을 존중해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야유 등을 자제했다. 하지만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한 예산안에 조금의 양해도 할 수 없다"며 "내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에서 윤석열정부가 지워버린 예산을 복원하고 국민의 희망을 되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