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감사원 감사, 검찰 입건 상태… 표완수 이사장 업무배제" 5일 공지표완수 "이사장 지시도 없이 간부회의 생략… 황당한 일 벌어져" 게시판에 글신전대협 "언론재단, 특정 언론 위해 광고지표 조작… 반박자료도 허위" 고발
  • ▲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지난달 한 대학생 단체로부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뒤 사실상 '업무배제' 상태에 놓인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지난 17일 '항명'이나 '지시 불이행' 가능성을 거론하며 특정 임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재단 내부망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표 이사장은 이날 언론재단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황당한 일이 월요일 아침에 벌어졌다"며 "월요일 아침 오전 9시에 정례적으로 열리는 간부회의를 생략하고, 각 본부별로 따로 회의를 진행하도록 연락하라는 지시를 경영이사가 경영기획실에 내렸다"고 밝혔다.

    "이사장에게 보고도 없이 누구의 하명을 받고 그런 지시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경영이사를 불렀으나 오지 않고,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이 없다"고 밝힌 표 이사장은 "이것이 이사장이 내린 '지시 불이행'이거나 심지어 '항명'에 해당하는 게 아닌지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 이사장은 "광고주와 매체사 사이에서 고생하시는 직원 여러분, 터무니없는 상사의 지시에 곤혹스러워하시는 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재단은 오늘의 자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혹 주위에 길을 잃고 헤매는 동료가 있다면 배척하지 말고 도와서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마음 써 달라.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루스가디언에 따르면 이 같은 표 이사장의 글이 올라오자, 같은 게시판에 "표 이사장이 △지난 4월 인사 발령 당시 전보된 실·국·센터장들에게 '세 분의 신임 본부장들과 호흡을 맞춰 달라'고 당부하고 △지난달 광고지표 조작 논란에 대응하는 보도자료 내용을 특정 임원과 공유한다고 밝힌 것과, 이번에 올린 게시글이 서로 상충된다"며 표 이사장의 달라진 태도를 비판하는 익명의 직원 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지난 5일 '실·국·센터장들에게 드리는 경영이사 당부 말씀'이라는 사내 공지문을 통해 "현재 특별감사 진행 중, 감사원 감사 요청, 검찰 수사 입건 상태라 이사장의 법률적 위치가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제한되어야 함. 이 업무와 관련해 이사장께 직접 보고하는 것 자제 바람. 특히 근무 시간 외 이사장의 업무 지시는 담당 이사에게 즉각 보고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독률 변별력 없애고 '사회적 책무 점수'로 서열 매겨"


    앞서 지난달 28일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신전대협', 공동의장 이범석·김건)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를 집행하면서 2021년부터 기존 열독률(熱讀率) 조사를 변형하고 사회적 책무 가치 항목을 추가시키는 등의 조작·편법으로 언론사별 광고단가 순위를 뒤바꿨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로 제기됐다"며 표 이사장과 김영주 전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언론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고발장에서 "언론재단에서 기획한 '열독률 등급제 평가' 시스템은 '신문 열독률'이 6배 정도로 차이가 나도, 같은 점수를 얻게 되는 오류를 낳고 있다"며 "사실상 특정 언론을 위해 열독률의 변별력을 제거한 편법"이라고 주장한 신전대협은 "2021년 말 언론재단이 발표한 신문 열독률 조사에서 '1구간'에 포함된 A언론사와 B언론사의 점수는 모두 '열독률 등급제 평가'에 의해 만점으로 동일했지만, 실제 열독률 값은 각각 3.7355%, 0.1677%로 약 2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등, 언론재단이 도입한 '사회적 책무 점수 조사' 채점 시스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실상 정부광고 기준단가의 핵심지표가 되는 '광고지표'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고발 배경을 설명한 신전대협은 지난 3일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직후 언론재단이 반박성 보도자료로 허위사실을 배포했다"며 표 이사장 등을 추가 고발했다.

    추가 고발장에서 신전대협은 "언론재단은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열독률 조작으로 언론사 광고단가 순위를 뒤바꾼 사실이 없고 △열독률 조사에서 통계학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한 적도 없으며 △미디어연구센터장이 허위 자문을 하거나 △엉터리 통계조사 방법을 동원한 사실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재반박했다.

    "'열독률 값' 6배 차이 나는 조선과 한겨례가 같은 구간"

    신전대협은 "지난달 언론재단을 고발한 이후 언론재단의 '열독률 로데이터(raw data)'를 가공한 계산 과정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신전대협은 "언론재단이 △특정 언론사의 열독률 점수를 높여주기 위해 로그(log)를 씌워 열독률 로데이터 값의 차이를 무력화시키고 △특정 요인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비정상적 계산으로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저희가 받은 제보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신전대협은 "언론재단이 기획한 '광고지표'를 책정하는 요인은 열독률 조사(지난 1주일 동안 읽은 종이신문의 비율 및 순위)와 사회적 책무 가치 조사인데, 언론재단은 △특정요인에 가중치를 넣고 △열독률에 로그를 씌우고 △열독률을 총 5구간으로 구성하는 방법으로 기존 열독률 값이 6배 차이 나는 한겨례신문과 조선일보의 열독률 점수를 같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즉 '비정상적 열독률 계산방법'과 열독률에 대한 '등급별 점수 책정'을 통해 사실상 열독률의 변별력을 없앤 것"이라고 단정한 신전대협은 "열독률의 변별력이 없어졌다면, 결국 '광고지표'를 결정하는 평가요인은 언론재단에서 새롭게 도입한 '사회적 책무'"라며 "열독률을 무력화시킨 상황에서 누가 왜 사회적 책임지표를 만들었고, 그것이 광고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 타당성을 반드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전대협은 "특정 언론사를 위해 편법과 조작의 정황이 드러난 것도 모자라, 언론재단이 기획한 조사 방법 때문에 많은 예산이 낭비됐다"면서 "언론재단은 '기존 열독률 조사보다 표본이 10배 많아지면 그만큼 더 정확해 질 것'이라는 피고발인의 주장에 따라, 응답자가 13.2%(표본크기 6836명)에 불과한 '전국 5만명 국민 대상 구독자 조사'를 진행해 2021년 7억원, 2022년 13억원 등 2년 동안 21억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신전대협이 고발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김현아)에 배당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트루스가디언 보도 이후 관련 의혹이 증폭되자, 문화체육관광부도 "언론재단으로부터 경위 보고서를 받고, 정부 광고지표 활용 문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열독률 조작으로 광고단가 순위 바꾼 적 없어"

    한편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언론재단은 지난달 29일 본지에 보낸 입장문에서 "정부광고 지표는 재단이나 광고주가 광고단가를 책정하는데 사용되는 자료가 아니"라며 "정부광고 지표는 정부광고법 시행령 제4조(홍보매체의 선정)에 따라 정부광고주가 매체를 선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사에서 제시한 정부광고 단가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사의 자료는 특정 목적을 위해 마치 '단가'가 실재하는 것처럼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한 언론재단은 "광고 집행은 △정부광고주의 광고계획(타깃, 내용, 예산, 희망 지면 등) △매체별 광고 수급상황 및 매체사가 제시한 단가 △기존 가격 등을 종합 고려해 협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그리고 재단은 사회적 책임 지표를 40%로 하도록 강제한 사실이 없다"면서 "열독률과 사회적 책임 등으로 구성되는 정부광고 지표 배점 비율은 정부광고주가 자율 설정하고, 재단이 조작·편법을 통해 언론사별 광고단가 순위를 뒤바꿀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재단이 열독률 조사에서 통계학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했고, 미디어연구센터장이 허위 자문을 하고 엉터리 통계조사 방법을 동원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열독률 조사는 문체부의 정책적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문체부와의 협의를 통해 재단이 시행한 것이고, 조사 설계 단계부터 결과 발표까지 모든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고 언론재단은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