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남영진 KBS 이사장 법카 사용 내역 공개"21~23년 고향 인근서 '정체불명 물품' 법카 결제""회사 인근 식당서 '300만원 육박' 식대 과다 결제"남영진 "'명절 곶감 선물' '회식 비용' 다 공개된 것"
  • ▲ 남영진 KBS 이사장. ⓒ뉴시스
    ▲ 남영진 KBS 이사장. ⓒ뉴시스
    6년 전 강모 이사가 업무 외 사적인 용도(카페 이용비 등)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이사직을 박탈당한 전례가 있는 KBS 이사회에서 또다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12일 긴급 성명서를 배포해 "남영진 KBS 이사장이 법인카드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남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KBS노조는 "남 이사장이 2021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연말과 연초 시즌에 지역 모 영농법인에서 수백만원대 확인되지 않는 물품을 수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구입했다"며 "같은 지역의 다른 업체에서도 수십만원 상당의 정체불명의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KBS노조에 따르면 남 이사장은 고향 자택에서 불과 수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영농법인에서 수백만원어치 물품을 샀고, 고향 지근거리에 위치한 다른 점포에서도 수십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남 이사장의 '고향 인근'에서 반복적으로 카드 지출이 이뤄진 것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한 KBS노조는 "남 이사장은 해당 기간 회사 인근 중식당에서 한 끼에 150만원에서 300만원에 육박하는 식대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노동자 한 달 월급에 해당하고 자장면 430그릇에 해당되는 회삿돈이 단 하루 동안 중식당에서 법인카드로 지출된 점은 KBS가 대규모 적자와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KBS노조는 "KBS 이사회의 어느 누구보다도 회삿돈을 정당하게 써야 할 이사장이 식당에서 수백만원을 쓰고, 자기 고향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물품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사실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며 "더구나 '무능경영'으로 KBS 공영방송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그런 행위를 했다는 점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 이사장은 이미 수신료 분리징수 대위기를 불러 공영방송의 죽음을 재촉한 책임으로 당장 사퇴해야 정상이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인 KBS노조는 "김의철 KBS 사장이 자리 보존에만 급급해 KBS 구성원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시행할 '비상경영'을 옹호하기 위해 남 이사장이 '방탄이사회'를 여는 모습은 KBS를 위한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남 이사장은 이미 'KBS 경영평가'에서 '편파방송'이라는 지적을 삭제하기 위해 다수 이사를 동원, 일방적으로 경영평가위원의 활동을 방해하는 데 앞장섰고, 소수이사들이 윤석년 이사의 해임안 상정을 촉구했을 때도 외면으로 일관했다"며 "이런 자가 아직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면 우리 KBS 구성원들의 생존은 더 어렵다. 남 이사장은 해당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체불명의 물품은 3만~5만원짜리 곶감 세트"


    이 같은 KBS노조의 의혹 제기에 남 이사장은 12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KBS노조의 주장은 매달 KBS 홈페이지를 통해 1년이 넘도록 공개돼 있는 내용"이라며 "KBS노조는 공영방송이 위기에 처한 이 시기에 불필요한 의혹 제기보다는 공영방송 제도를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남 이사장은 "KBS노조가 주장한 '확인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물품'은 모두 곶감"이라며 고향 특산품을 구입해 업무 관련 인사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 이사장으로서 한 해 고생한 업무 관련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드리는 것은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남 이사장은 "고민 끝에 제 고향 충북 영동군의 특산품인 곶감 3만3000원짜리 상자를 이사들과 이사회 사무국 직원 등 20명에게 보냈다"며 2021년 12월 28일 66만원을 결제했다는 자세한 내역까지 공개했다.

    남 이사장은 "곶감에 대한 반응이 좋아 지난해 1월 31일 곶감에 호두가 포함된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설 선물로 동료 이사들과 직원 등 25명에게 보냈다"며 "당시 125만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곶감·호두 선물세트를 각각 20명과 39명에게 보내면서 70만원과 183만3000원을 결제했다"고 남 이사장은 덧붙였다.

    남 이사장은 중식당에서의 지출 내역도 공개했다.

    남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155만9000원을 결제했다"며 "이날은 KBS 정기이사회 후 집행부와 함께 20여명이 참석한 만찬으로, 통상 두 달에 한 번은 이사회 후 함께 만찬을 해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불가능했다가 모처럼 자리가 마련돼 좌장으로서 결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지난해 12월 28일 같은 곳에서 283만원을 결제했다"고 밝힌 남 이사장은 "당일은 이사회와 집행기관, 센터장, 관계 직원들이 함께하는 송년회로 30여명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남 이사장은 "KBS노조가 이미 모두 공개된 내용을 마치 새로 파헤친 것처럼 호도하고, 이어서 경영평가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며 "경영평가 과정은 모두 규정에 정해진 절차를 지켰고,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진행됐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한편, 남 이사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래 정기이사회가 끝나면 다같이 식사를 하는데, 한 번씩 제가 결재할 때 인원이 많다 보니 금액이 크게 나온 것"이라며 "또한 굳이 영동까지 내려가 곶감을 샀던 이유는 '고향 살리기 차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곶감이 싸고 품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이사장은 "법인카드 지출내역은 이미 다 공개된 것으로 국회와 감사원에도 제출된 자료"라며 "지난 2년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서야 문제로 삼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KBS 이사 업무추진비 등 집행에 관한 규칙' 6조에 따르면 KBS 이사는 △언론·문화·예술·체육·학술 등 관련 분야 관계자와의 면담·회의·간담회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의 면담·회의·간담회 △이사장 및 이사로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정보수집·여론청취 등 대외협력 활동, 소속 직원·단체에 대한 격려 및 지원 △내방객에 대한 의례적인 기념품 제공 등을 목적으로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

    2016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소위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에게 식사 대접은 3만원, 축의금과 조의금 등 경조사비는 5만원까지 할 수 있다.

    단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의 경우 10만원어치까지 가능하고, 설·추석 등 명절 기간엔 20만원어치까지 선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