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역시 이재명답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잘한 일"與 "공약 어기고 최소한의 사과도 없어… 국면전환용 쇼"한동훈 "다른 국민처럼 똑같이 자기방어하면 되는 문제"법조계 '회의적'… "개인이 쉽게 포기할 권리는 아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언급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가 갈수록 악화하자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던진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선언에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이재명답다. 매우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웠고, 비명계 의원들도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일"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에도 특권 포기를 공약한 바 있다"며 "최소한의 사과라도 해야 했다. 국면전환용 쇼"라며 불신했다. '단물만 뽑고 내린 때늦은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또 같은 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이 너무 과하다.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불체포특권을 활용해야 하느냐"며 불체포특권 폐지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관은 20일 국회 본회의 참석 전 "현행법상 불체포특권 포기를 실천하는 방법은 방탄국회를 열지 않거나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는 것밖에는 없는데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서 자기방어를 하시면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법원 "불체포특권, 개인이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법조계에서는 "헌법상 권리를 과연 개인이 쉽게 포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개인이 말 한마디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소신껏 대의활동을 하도록 보장한 헌법상 권리다.

    이는 과거 이상직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도 논쟁의 대상이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법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개인이 갖는 권리라는 의견과 입법기관의 권리라는 의견이 상충한다"며 "국회의원 개인이 사사로이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전 의원 체포동의안은 높은 찬성 비율로 가결돼 현재 구속 중이다.
  • ▲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헌법상 권리, 개인이 쉽게 포기 못해… 정치적 레터링에 불과" 

    실제로 국회의원 개인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한 법원의 선례도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권리를 개인이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봤다.

    이 교수는 "공법상의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답"이라며 "예를 들어 개인이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 법적으로 포기가 되는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포기가 가능하다"며 자신이 행사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법률 규정상 '포기한다'를 '행사하지 않는다'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그러나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좀 더 메시지의 힘이 강하다"고 짚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인이 아닌 국회에 부여된 권리"라며 "때늦은 결정이지만 자신이 당당하다면 정면으로 돌파하는 모범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이헌 변호사는 "지금 당장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면서도 "자신의 입으로 포기한다고 했으니 실제로 약속을 지키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