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파공작원 곽인수 박사, 안통연 토론회에서 간첩 구분법 소개北 "공식석상에서 비판해야 할 땐… 남북 모두 비판하라" 지시세습체제·주체사상 비판은 절대 금기… '北 인권'도 언급하면 안 돼
  • ▲ 곽인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24일 오후 '양지회' 부설 '국가안보통일연구원'(이하 안통연)과 '21세기전략연구원'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개최한 '2024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 전망과 대응전략'에 대한 전문가초청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섰다. ⓒ서성진 기자
    ▲ 곽인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24일 오후 '양지회' 부설 '국가안보통일연구원'(이하 안통연)과 '21세기전략연구원'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개최한 '2024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 전망과 대응전략'에 대한 전문가초청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섰다. ⓒ서성진 기자
    15년간 북한의 남파공작원으로 활동하다 전향한 곽인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북한학 박사)은 24일 "북한이 앞으로도 노동자는 물론 대남혁명의 주력군으로 규정한 농민과 청년학생, 진보적 지식인을 대상으로 포섭 및 지하당 조직 구축을 위한 대남공작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전 책임연구위원은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부설 '국가안보통일연구원'(이하 안통연)과 '21세기전략연구원'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개최한 '2024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 전망과 대응 전략' 세미나의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 대남공작부서는 이전부터 포섭된 간첩들을 노동계에 침투시키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전 연구위원은 "자통민중전위(창원간첩단), 이적단체 'ㅎㄱㅎ'(제주간첩단), 민노총 간첩단 등 이번에 적발된 3건의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의 대남공작이 지향하는 방향과 북한 공작 지도부 및 간첩들의 활동 방식 등에 있어서 시사해주는 바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북한 대남공작부서에서 소위 '남조선혁명의 주력군'으로 규정한 계급·계층인 노동자·농민·청년학생 가운데 특히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이 명확하게 확인됐다"고 언급한 곽 전 연구위원은 "양대 노동운동단체의 하나인 민노총에 간첩 조직 구성원들이 집중적으로 포치된 것이 확인됐고, 이는 노동자 계급이 대남혁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인 동시에 단결력과 투쟁력이 가장 강한 데다 인원으로 봐도 주력군 가운데 가장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곽 전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대남공작 특징으로 "공작 지도부는 주로 '해외 접선'을 통해 국내 간첩들에 대한 '지도검열'을 실시, 북한은 대남공작에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 공작 지도부는 국내 간첩 조직의 활동에 사사건건 깊숙하게 개입, 국내 간첩 조직의 활동 능력과 범위를 벗어나는 광범위한 임무를 부여한다"는 점을 꼽았다. 

    곽 전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일명 '김동식 법칙'이라는 다섯 가지 간첩 식별 방법을 제시했다. 

    곽 전 연구위원은 "제가 1차 남파공작 임무(1990년 5~10월)를 수행하고 북한으로 복귀해 생활할 때였다. 1990년대 초반 남파공작원이 북한 공작 지도부에 '공석(公席)에서 어쩔 수 없이 북한을 비판해야 할 상황이 갑자기 발생했을 때 상당히 난감하고 당황스러운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변을 달라'고 하자, 공작지도부는 국내 간첩 조직들에 소위 '북한 비판 관련 지침'을 하달했는데, 이것을 뒤집어보면 북한과 연계된 국내 간첩을 식별하는 기준이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 공작부서가 국내 간첩망에 내린 지령의 요지는 '지하당 조직 성원(간첩)들이 공식석상 등에서 북한을 비판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과 북 양쪽을 다 같이 비판하는 양비론적 입장을 취할 것'과 '어쩔 수 없이 북한에 대해 비판해야 할 경우에도 북한의 지도자·지도사상·체제·후계문제·인권문제 등 다섯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절대로 비판하지 말 것' 등이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김일성·김정일(현재는 김정은까지 포함) 등 북한의 지도자는 절대로 비판하면 안 된다" "북한의 지도사상인 주체사상과, 북한에 수립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말라" "세습에 의한 권력 승계(당시는 김정일, 현재는 김정은)에 대해 절대로 비판하면 안 되며 세습이라는 표현도 쓰지 말라"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절대로 거론하지 말라"는 등이었다는 것이 곽 전 연구위원의 말이다. 

    "결국 북한이 가이드라인으로 정해준 다섯 가지 사항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인물은 스스로 자신이 북한과 연계된 간첩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곽 전 연구위원은 "북한 대남공작부서에서 간첩으로 포섭할 대상을 선정할 때 고려하는 사항도 있으니 이를 감안하면 좀 더 식별해내기가 쉬울 것"이라며 "북한에서 포섭 대상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그가 주체사상 신봉자(NL계, 反美)냐 여부다. 여기에 김씨 일가 및 북한 체제에 대한 인식과 태도 역시 중요하다. 다음으로 고려하는 것은 운동경력과 조직 운용 능력이 있느냐 여부다. 물론 도덕이나 품성도 중요시한다. 또한 남로당이나 빨치산 출신, 남파공작원 및 고정간첩의 후손이냐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곽 전 연구위원은 "1992년도에 12대 총선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간첩 조직이 한국에 들어와 4~5개월 체류하면서 민중당의 총선 기획을 하고 배후 조종을 하다가 북한에 복귀했다"며 "아마도 당시에 남파되었던 10개의 공작조가 평균 2개 정도의 간첩망을 검열하거나 새로 조직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모두 합치면 20개 정도의 간첩망을 새로 만들거나 검열하고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곽 전 연구위원은 "이런 식으로 계산해보면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사이에 만들어진 후 검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간첩 조직은 10개 정도, 인원으로 보면 30~50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위의 숫자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제가 검거된 1995년 이후에도 직접 침투에 의한 북한의 대남공작이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고 그 과정에 얼마나 더 많은 간첩 조직이 새로 만들어졌는지, 각각의 간첩 조직에 포함돼 있는 인원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곽 전 연구위원은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에 대응책에 대해서도 특단의 방법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령을 개정해 방첩사령부를 부활시킨 것처럼 국정원의 대공수사 관련 조직과 인원, 기능(대공정보 수집 및 분석, 대공수사 및 공작 등)을 한 곳으로 모아 별도의 조직(가칭 '국가방첩수사단')을 신설하고,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편입시키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고, 또 하나는 이미 은퇴했거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업무 일선에서 떠나 있는 대공수사 및 대남공작 관련 전문가들을 자문·고문·강사 등으로 재임용하거나 수사기관 외곽에 자문기관 또는 연구소(가칭 '국가방첩연구소')를 만든 다음 이들을 채용해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 ⓒ양지회 부설 '국가안보통일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 ⓒ양지회 부설 '국가안보통일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한편, 안통연 세미나 안내를 빙자한 해킹메일이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통연은 이날 세미나가 진행되는 도중에 홈페이지 팝업 공지를 통해 "현재 안통연 세미나 안내를 빙자한 해킹메일이 유포되고 있으니 절대 열어보지 마시고 바로 삭제해 주시기 바란다. 해킹메일은 작성자 '늘보', 파일명은 '내지_2023년 안통연 춘계세미나자료집'으로 확인되고 있다. 안통연에서는 이메일로 자료를 배포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안통연 관련 메일은 절대 열어보시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