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행위자 간첩 활동 처벌 조항 신설해야"<방첩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세미나서 지적 봇물
  • ▲ 방첩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세미나ⓒ뉴데일리tv
    ▲ 방첩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세미나ⓒ뉴데일리tv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17일 맨하탄 차이나타운에서 중공 경찰서를 운영하는 2명을 체포했다. 미국 법무부는 같은날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중공 반체제 인사들을 괴롭히는 캠페인을 펼친 중국 공안부 관계자 40명을 기소했다.

    미국의 방첩 기능은 이처럼 원활히 작동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방첩은 잘 작동할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가안보에 대해 '구멍이 뚫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간첩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방첩 관련 법 체계는 미비하거나 허술하기 그지 없다. 간첩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법 규정조차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방첩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국가대개조 네트워크>와 <파로호 포럼> 주관 아래 지난달 28일 열렸다. 한민호 <파로호포럼> 대표가 사회를 맡고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세미나를 이끌었다.

    첫 번째 발제자인 김재현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으로는 간첩행위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규정이 없어서 해석의 논란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간첩의 개념을 놓고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행위로 보는 입장과 탐지·수집 후 누설까지 하는 것을 간첩으로 파악하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중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행위를 간첩으로 파악하는 것이 현행법체계 및 판례의 입장과도 부합하는 해석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더 큰 해석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북한이 적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102조를 보면 적국은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은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에 포함될 수 없다. 또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이기에 북한 주민을 외국인이라고 할 수 없다.

    오 교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형법 및 군형법상의 간첩죄 규정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판례도 형법상의 간첩최 규정이 아닌 국가보안법상의 목적수행죄로 의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한시법적인 성격이 강하다 또 오랫동안 존폐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점을 감안하면, 형법상의 간첩죄 규정에 대한 개정논의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오 교수는 북한이 적국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 "형법 개정안에 반국가단체 또는 이와 유사한 개념 추가를 요구하며, 국가기밀의 개념을 정의하되 형식비설이 아닌 실질비설에 부합되도록 정의하는 것이 타당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가기밀이 되기 위해선 비공지성과 실질비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공지성이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을 의미한다. 실질비성이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써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을 뜻한다.

    유동열 원장은 간첩들이 현재 비공지성 요건을 악용하여 기밀을 수집한 뒤,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놓고 북한이 접속하여 가져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간첩죄를 피해온 사실을 드러냈다. 그는 "비공지성과 실질비성의 충족이 엄격하게 해석되는 현재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의 목적수행 간첩죄 적용은 매우 어렵다. 간첩죄 관련 대한민국 실정법 체계는 간첩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정교한 간첩활동을 보장해주는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법부가 추구하는 법 정의구현이 간첩을 위한 것인지 자유 대한민국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고 비판했다.

    유 원장은 "국가보안법 제4조 1항 2호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각종 정보를 탐지, 수집, 전달, 중계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그는 "형법 제 93조 간첩죄도 개정해야 한다. 적국뿐만 아니라 외국과 외국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들의 간첩 활동도 처벌할 수 있게 개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온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은 "국정원법이 개정된 지난 2020년 12월 이후, 2년여동안 경찰은 대공수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국정원법을 개정하여, 2023년 12월 31일까지 되어 있는 수사권 폐지 유예기간을 대공수사권의 독점적 행사를 위해 경찰에 요구되는 역량을 경찰이 구비할때까지 연장한다는 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네 번째 발제자로 나온 권세진 디지털정책연구소 소장은 "해외로 유출하는 스파이 행위에 간첩죄를 적용해 그에 대한 벌금 및 형량을 전체적으로 상향하는 추세다. 기술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유출시 벌금을 상향하고, 개인과 법인을 구분하여 법인의 경우 더 높은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가중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 발제자로 나온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이버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오프라인 안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의 안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또 그 피해 규모도 한 나라의 명운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하다. 사이버 안전 혹은 안보를 위한 기본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현재 있는 사이버안보업무 규정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인 기본법을 제정해 대한민국 사이버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한중 전 양지회장(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은 "국가정보원은 60년에 걸쳐 축척한 대북·해외 정보망과 수사기능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그간 간첩 검거 성과를 거양했다. 경찰이 이러한 대북·해외 정보망을 단기간에 구축하기엔 역부족이다. 향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정보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정보기관이 보안 유출을 이유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일정 부분 국가안보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범죄 정보수집 및 일부 조사권과 대응 조치 권한을 국가정보원에 부여한 것과 관련, 이한중 전 양지회장은 "대남공작이 날로 고도화, 지능화되는 현실 아래, 행정조사권 수준의 권한만으로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 대응 조치의 내용-범위도 불명확하여 대남공작 차단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결국 정보수집 역량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필연적으로 경찰의 단독 대공수사도 한계가 예상된다. 국가 안보 체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