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정수 확대 비판 여론에 '300명 유지'로 선회김진표 '10석 확대' 주장에 선거제 개편안 충돌 불씨 여전金 "의원 수 50석 확대 어렵지만 10석은 가능" 절충안 제시
  •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정상윤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정상윤 기자
    여야가 22일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는 선거법 개정안으로 선회했다. 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조건의 선거법 개정안에 따른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한 발 물러난 것이다. 

    다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10석 확대'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만큼 의원 정수 확대는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다.

    여론 뭇매에 '선거제 개편안' 수정키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지난 17일 의결한 결의안 형태의 선거법 개정안은 총 3개 안이다. 개정안 3개 안 중 1, 2안은 '의원 정수 350석으로 확대' 조항이 포함됐다. 

    3안은 유일하게 의원 정수 유지를 전제로 한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인구가 많은 지역의 선거구 여러 개를 하나로 통합해 선거구당 3~10명의 의원을 선출하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어·산촌지역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의원 정수 확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개편안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여당은 국회의원 299명이 참여해 난상토론을 벌이는 전원위원회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정개특위 소위에서 의결된 결의안 중 세 번째 안을 당 차원의 개정안으로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도 의원 정수 확대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인식해 의원 정수 300명 유지를 조건으로 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따른 싸늘한 여론과 더불어 전원위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해지자 여야가 서둘러 '증원 없는' 개정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 내용을 담은 1, 2안은 공식 안건에서 제외했다. 다만 여야가 각각 제시한 개정안은 당초 정개특위 소위에서 의결된 것과 같이 결의안 형태로 의결되는 만큼 구속력이 없어 전원위 토론에서는 다양한 안이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올 수 있다. 
  • ▲ 김진표 국회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金 "의석 수 10석 늘리되, 세비 동결"

    의원 정수 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의장이 의원 정수 확대에 따른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자 절충안으로 현행 300석인 의석 수를 31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그간 승자독식 구조인 현행 선거제도를 지적하며 비례성 확대를 주장해왔는데,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위해서는 의원 정수 10석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에 대한 정치불신이 큰 가운데 50인 증원은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지역구에서 10석 줄여 비례대표에게 넘기고, 국민적 합의에 따라 10석 정도 늘리면 크게 진보된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장은 "의원들이 자기희생으로 10석 정도의 선거구를 줄였으면, (국민들도) 그 정도만 의원 정수를 늘려 주시면 (좋겠다)"이라며 "대신 세비는 동결하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선거제도를 고쳐야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첫 출발을 할 수 있다"며 "승자독식 소선거구 제도 때문에 양대 정당의 극한대립을 만들고 있고, 더군다나 지방 소멸 문제까지 나타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선거제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하에 지역구 의석을 10석 줄이고 의원 정수는 10석 늘려, 비례대표 의석을 총 20석 확대해 비례성을 높이자는 것이 김 의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의원 정수 확대에 따른 비판 여론이 우세한 만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본지에 "국민들이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정서를 거스르면서 선거제를 개편한다면 결국 밥그릇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개특위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과반이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29.1%에 불과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57.7%에 달했다.

    한편, 정개특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제한한 결의안을 최종 의결했다.

    다만 결의안 형태로 의결된 만큼 구속력이 없어 전원위 회의에서는 다양한 선거제 개편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정개특위 회의 후 "오늘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서 채택한 선거제 관한 결의안은 추후에 열리게 될 전원위원회 논의의 어떤 가이드라인이라든지 이런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결의안은 전원위를 개문발차하기 위한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 선거제 논의는 국회의원 300명이 자신이 선호하는 선거제에 관한 의견을 전원위에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밝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의안이 의결됨에 따라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원위 구성을 의결하고, 이달 27일부터 2주 동안 299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토론을 통해 선거제 개편의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합의되면 국회는 오는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내년 총선에 적용할 방침이다.